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언동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한 유족 측의 항소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박 전 시장 다큐멘터리의 포스터가 공개됐다.
9일 박 전 시장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 2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널리 알려달라”며 박 전 시장이 그려진 포스터를 공개했다.
수첩을 보는 듯한 박 전 시장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에는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고 적혔다.
이 다큐는 박 전 시장을 다룬 책을 토대로 김대현 감독이 제작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카더라’로 부풀려진 통념과 책이 새롭게 밝힌 사실의 괴리를 알게 된 독자 상당수가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며 “직관적인 영상 미디어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알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모여 다큐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에 의해 아직도 많은 분이 본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신다”며 “진영을 떠나 진실을 찾는 분들의 지지를 감히 구한다”고 썼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지난달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1분30초분량 다큐 예고편에는 ‘시장의 사망 자체를 하나의 유죄 인정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당사자가 더 이상 반론을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마음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진보 성향 매체 기자의 주장이 담겼다.
이와 함께 ‘박 시장 휴대폰을 무조건 봐야겠다는 건 무리한 주장인 것 같다’는 IT전문가 의견, ‘비서실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는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의 주장도 포함됐다.
강진구 더탐사 대표는 영상에서 “어느 순간부터 자그마한 의문 제기를 모두 2차 가해로 내몬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페미, 미투, 계엄령이 발동된 상황”이라 반응했고, 한 작가는 “죽는 것도 2차 가해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솔직히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저희는 박원순을 믿습니다’라며 ‘여러분들도 그러시리라 믿습니다’는 문장과 함께 후원회원으로 함께해달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된 예고편 영상은 9일 오전 9시 기준 조회수 1만여회를 기록 중이다.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지난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인권위 상대 항소심에서 원심은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며, 아귀가 맞지 않은 참고인 진술에 근거하는 등 사실인정에 오인이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진행된 인권위의 직권조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경찰 수사가 종결된 것과 별개로 2021년 1월 직권조사에서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언동을 인정했었다.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는 피해자 주장만으로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인권위가 피해자 구제와 제도개선을 위해 내린 권고 결정에 재량권의 남용이 없다”고 봤다.
항소심에서 강씨의 소송 대리인은 “망인의 사망으로 직권조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장했고, 강씨는 재판부에 “제 남편은 억울한 피해자”라며 “진실을 외면하시지 말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다음 재판은 6월22일 열린다.
박 전 시장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인 2020년 7월9일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묘소는 지난달 1일 경남 창녕군에서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으로 이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