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쓰는데 팁 줘야 하나요”… 미국서 의견 분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의 한 기념품 상점을 찾은 남성 A씨(26)는 셀프 계산대에서 6달러짜리 생수 한 병을 결제하려다 깜짝 놀랐다. 계산대 화면에 물건의 10∼20%에 해당하는 ‘팁(Tip·봉사료)’을 추가하겠느냐는 선택지가 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런 안내 문구는 (소비자에 대한) 감정적 협박”이라면서 ‘건너뛰기’ 버튼을 눌러 계산을 마쳤다. 

 

미국에서 이처럼 직원과의 대면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매장들까지 팁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A씨처럼 불만을 가진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월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상점에서 한 직원이 팁 선택 화면이 띄워져 있는 카드 리더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글렌뷰=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공항, 경기장, 카페 등에 배치된 키오스크에 물건 가격의 20%에 달하는 팁을 남기라는 안내 화면이 뜨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대학생 이시타 자마르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가게들은) 키오스크 사용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을 텐데, 팁은 왜 달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팁 안내 화면이 직원들의 급여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공항 기념품 상점 프랜차이즈인 OTG는 셀프 계산대에서 받은 팁이 해당 시간대의 교대 근무 직원들의 월급에 합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차이아 타코의 베티나 스턴 최고경영자(CEO)는 “키오스크 설치 후 팁이 크게 증가했고, 이는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이라며 “팁은 노력하는 모든 직원들을 향한 감사의 표시”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에게 팁은 사실상 생계 수단이다. 1960년대 개정된 미 공정노동기준법(FLSA)은 고용주가 팁을 받는 직원에게는 최저 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줄 수 있도록 했는데, 연방 최저시급인 7달러25센트를 기준으로 사업주는 합법적으로 노동자에게 시간당 2달러13센트(약 2800원)만 줘도 된다. 대신 여기에 팁을 합친 금액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면 사업주가 차액을 보전하는 식이다. 팁이 소비자의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존재했던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팁 문화가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자극해 직원의 급여를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루 자야라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식품노동연구센터 소장은 “일부 고용주들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팁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팁 문화를 연구하는 홀로나 오크스 리하이대 교수는 “팁 규범을 충실하게 준수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악용해 (기업들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