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장관 의무 다하지 않은 이상민 파면해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이태원 압사 참사 유가족 측이 이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 측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바로 옆에서는 이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측의 맞불집회가 개최됐다. 양측은 회견 도중 언성을 높이며 충돌해 경찰이 제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도중 대한민국 애국순찰팀과 소음과 유가족 비방 문제로 대치하고 있다. 박유빈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 관리와 안전 책임을 외면한 이 장관은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은 지난 2월8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이튿날 헌법재판소에 접수됐다. 이 장관은 이날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해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유가족이 파면을 요구하는 데에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변론기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아버지기도 한 정해문 유가협 운영위원은 “유가족 입장에서 이 장관이 다시 업무에 복귀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생명을 지키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생명을 지키지 못했는데 이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말은 무엇이냐, 이 장관 직을 유지시킴으로써 얻게 되는 헌법질서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상민탄핵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는 천윤석 변호사는 “이날 첫 변론기일에 앞서 두 번의 변론준비기일에서 나타난 이 장관 측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에서 할 일은 없다’”라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천 변호사는 “경찰은 분명히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이라 예견했고 경찰을 통제하는 사람이 이 장관”이라며 “중앙사고대책본부(중대본)는 왜 (사고 발생 후) 4시간이나 지나서 가동됐느냐”고 지적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도중 대한민국 애국순찰팀과 소음과 유가족 비방 문제로 대치하고 있다. 박유빈 기자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대한민국이 생명권 보호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있고 생명권 실현을 위한 방법을 배울 준비가 됐냐”며 “이 장관 탄핵심판은 단지 이 장관 개인 잘잘못을 따지는 데 그칠 수 없으며 국가의 재난안전기능을 책임져야 할 부처와 공직자 역할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에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회원은 “이 일이 특별법 대상이나 되느냐”, “이태원 참사는 사고”라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회원들이 큰 소리로 유가족을 비방하는 발언을 해 욕설이 오가는 등 언성이 높아지고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다만 양측 간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