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어린이정원’ 이름 달고 국민 품으로 일주일째…“개방 축하” VS “오염 정화가 먼저”

120년 닫혔던 ‘금단의 구역’이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이름 달고 국민 품으로
홍보관에서 기록관 그리고 잔디마당까지 여러 공간 마련
‘개방 축하한다’부터 ‘오염 정화가 먼저’까지 다양한 메시지 방명록에 적혀
주한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서울 용산공원 반환부지 일부가 지난 4일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재탄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120년간 일반인 접근이 불가능했던 ‘금단의 땅’ 서울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 일부가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이름을 달고 대중에 공개된 지 일주일째인 10일. 이날 오전부터 용산 어린이정원에는 도심 속 전원의 느낌을 만끽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1번 출구 인근의 주출입구를 통해 들어서니 지방에서 올라온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 두 대가 눈에 띄었다. 주출입구는 일본이 한반도 침략과 병참 기지화를 위해 설치한 ‘한국주차군사령부’ 정문이었으며, 광복 이후엔 미7사단 사령부 정문, 사우스포스트에 위치한 벙커 및 121병원 출입구 등으로 사용됐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일 보도자료에서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약 9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 정식 조성에 앞서 대통령실 청사 앞부분의 반환부지 약 30만㎡(9만 평)를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조성했다고 알렸다.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거닐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살려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명명됐다. 용산기지 약 243만㎡(약 74만평) 중 지난해 58.4만㎡(약 18만평)를 반환받았으며,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한 30만㎡(약 9만평)부터 개방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국민과 소통 접점을 넓히는 한편 용산 기지의 반환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1년간 (정원 조성) 준비를 거쳤다”며 “미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관람을 원하는 이는 사전 예약 시스템을 활용해 미리 신청할 수 있으며, 내국인은 방문 5일 전에 외국인 방문은 10일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청와대 개방처럼 어린이정원 관람은 두 시간 단위로 시간표가 짜여 오전 9~11시, 오전 11~오후 1시, 오후 1~3시, 오후 3~5시로 총 4회 차로 운영하고 하루 관람 가능 인원은 약 3000명이다.

 

지난 4일 개방된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한 가족이 잔디마당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주출입구 바깥에서 한 차례 예약 내역을 담당 직원이 확인하고, 출입구로 들어와 곧바로 보이는 종합안내센터에서 다시 한번 방문자의 이름 등을 재확인한다.

 

소지품 검사 과정 등을 거쳐 지하철 개찰구와 유사한 형태의 게이트로 들어서면 홍보관을 시작으로 용산서가와 전시관, 이음마당, 이벤트 하우스 그리고 기록관 등을 거쳐 잔디마당에 이르는 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홍보관에는 용산기지의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 이야기를 담은 코너가 마련됐고, 용산서가는 방문객이 편히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인데 어린이도서관도 있어서 이날 앞서 방문 중이던 단체 어린이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관에서는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의 미래를 밝힌다는 취지의 ‘온화(溫火)’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작품 설명란에는 ‘120년의 긴 세월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던 금단의 땅으로 남았다가,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뜻깊은 공간’이라며 ‘작품을 통해 새로이 열린 소중한 공간에서 따스한 온기를 다시 나누며, 가슴 벅찬 용산의 미래를 함께 밝혀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쓰였다.

 

기록관에서는 1967년부터 3년간 용산기지에 살았던 미군 가족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현한 미군 가족의 집과 한국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미8군 클럽 이야기 등을 소개한 ‘기지 이야기’ 공간을 만나게 된다.

 

미군 가족의 집 공간을 살펴보던 이모(68)씨는 이번 방문이 지난해 임시 개방에 이어 두 번째라고 언급했다.

 

자신을 용산구민으로 소개한 이씨는 “건물 내부에 들어오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안에도 살펴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정치 성향이 ‘중립적’이라는 이씨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청와대 개방과 이번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한미일’ 3개국의 안보 공조에도 긍정적 입장을 내비친 이씨는 일부 언론의 편향성을 비판하는 의견을 추가로 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출입구로 들어와 기록관을 지나 잔디마당까지 둘러보면, 용산 어린이정원 전체를 조명할 수 있는 전망언덕에 곧 도착한다.

 

이곳에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식수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다소 더워도 날씨가 좋아서인지 소나무 근처에서는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는데,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자신들은 ‘진보 성향’이라면서도 어린이정원 개방 소식을 듣고 방문해 봤다고 입을 모았다.

 

기념식수에서 사진을 찍으면 등 뒤로 용산 대통령실 청사가 함께 화면에 보이는 구도가 나온다.

 

어린이정원을 관람하면 부출입구를 통해 바로 이촌동 방향으로 나갈 수 있으며, 지나온 길을 되짚으면 다시 주출입구를 통해 관람을 마치게 된다.

 

홍보관에 마련된 디지털방명록에는 ‘개방을 축하합니다’ 등 호평도 많았지만, 어린이정원의 안전성 의문 목소리를 담은 듯 ‘오염정화가 먼저다’ 등 글도 눈에 띄었다.

 

안전성 의문은 2021년 한국환경공단과 미군이 합동으로 진행한 평가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나 비소 등이 토양환경보전법상 1지역(공원과 어린이시설 등) 오염 기준을 크게 초과한 점을 근거로 어린이정원이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는 용산 어린이정원을 세 차례에 걸쳐 환경 안전성을 검증한 결과 모두 일반 어린이공원만큼 깨끗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6개월 동안 3회 대기 중 오염도를 측정하는 환경 모니터링 시행 결과, 대기 환경 안전성 기준을 만족했다”며 “어린이들이 뛰노는 이태원·삼각지 어린이공원이나 불특정 다수 국민이 상시 이용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역과 비슷한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용산 어린이정원 구역은 미군기지 부지를 반환받아 개방하기 전에도 미군 장군을 포함한 장교와 그 가족이 수십년전부터 함께 살았던 공간”이라며 “미군 자녀들이 최근까지도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마음껏 뛰놀던 공간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보다 더욱 국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다양한 환경안전성 강화조치를 시행했다면서, 전문기관 시험성적서 기준을 통과한 흙(청토)을 15㎝ 이상 두껍게 덮어 기존 토양과 철저히 격리한 후 잔디를 심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다이옥신이 발견된 일부 지역은 개방에서 제외했다”며 “벤조피렌은 콘크리트로 완벽히 차단했고, 이외 다른 물질이 발견된 지역도 개방 동선에서 제외하거나 아스팔트·산책로·식생매트 등으로 철저하게 포장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일부에서 퍼지는 ‘어린이정원 오염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이라면서 “환경안전성 분석을 통해 성인과 어린이 모두 개방 시간 내내 온종일 이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바 있다”고 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지난 9일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용산 어린이정원에 관해 “이번에 개방한 구역에는 15~30㎝ 정도 흙을 덮은 뒤 잔디 등을 심는 등 위해성 저감조처를 했다”며 “환경부 장관으로서 위해성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정원 위해성 평가는 방문객의 경우 ‘25년간 주 3회, 하루 9시간씩 방문’을 가정하고 작업자의 경우는 ‘25년간 주 5회, 하루 9시간씩 근무’로 가정해 이뤄졌다고 한 장관은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