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 전이었던 것 같다. 텔레비전에서 소아암을 앓고 있는 한 어린이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진 어린이 환자에게 유리를 청소하는 직원이 비누로 머리카락을 그려줬고, 그 사소한 행동이 작디작은 아이에게 커다란 행복을 안겨준 것이다. 암환자들이 독한 항암제로 탈모라는 부작용을 겪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환아들이 어떤 감정,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날 우연히 보게 된 아이의 환한 미소는 한동안 잊히지 않았고, 나는 그날 이후 소아암 환자를 위해 3년 동안 머리카락을 길렀다. 어린 암환자를 위해 머리카락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머리카락을 나눈다는 표현이 생소할지도 모른다. 내가 참여한 활동은 ‘어머나’라는 나눔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에게 머리카락을 기부받아 20세 미만 어린 암환자의 심리적 치유를 돕기 위해 맞춤형 가발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부된 머리카락은 어린이 암환자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참여한 기부자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는 활동이다.
난 올해 초 드디어 기부할 수 있는 길이가 되어서 머리카락을 나눌 수 있었다. 오랫동안 기르던 머리카락을 막상 자르려니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지만,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받고 좋아할 어린이들을 생각하면서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기부에 참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