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분야는 윤석열정부에서 전 정부와 비교해 가장 극적으로 변화한 영역이다. 전격적 강제동원 ‘제3자 해법’을 통해 한·일관계를 급반전시켰고, 한·미·일 협력 기반을 닦았다. 두 번의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워싱턴 선언’을 출범시킨 한·미는 핵협의그룹(NCG) 신설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반도 확장억제에도 변화를 모색했다. 12년 만의 국빈 방미로 한·미 동맹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동시에 신냉전 구도하에서 중·러와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급격한 정책 전환이 이를 더 앞당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일 협력 진일보
미·중 경쟁 구도가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으로 기우는 현재의 방향에는 대체로 ‘불가피한 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이 미·중과의 관계에서 기준과 원칙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전략성 모호성의 시기는 지나가고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중·러와의 관계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으나, 정책을 일관되게 끌어나가기 위해 초기 비용이 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일관계 개선 명과 암
윤석열정부에서 한·일관계는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 복원에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관계가 비정상적 관계에 있었던 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셔틀외교 복원은 관계 개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정부가 지난 1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국내 설득, 이해, 설명 노력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관계 전환에 대해 한쪽에서는 꾸준히 우려가 나온다. 국내 여론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에서 세심한 관리 없이 급격히 전환된 관계가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주일 대사를 지낸 강창일 동국대 석좌교수는 “외교정책의 전략적 변화에서 국민적 합의가 없었다”며 “일방적인 퍼주기식의 ‘굴복’ 대일외교가 됐다”고 지적했다.
◆중·러, 남북 관계 과제
한국이 미국 중심 가치 연대에 밀착하면서 중·러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비단 윤석열정부뿐 아니라 신냉전 시대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외교정책은 이 문제에 대한 고려가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가치외교, 미·일과의 관계 강화는 전체 방향에서 맞지만, 중·러와 어떻게 할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며 “통합적으로 한국 외교만의 좌표를 찍고 거기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은 미·일로만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김재신 전 외교부 차관보는 “(실무를 해본 사람 입장에서) 모든 분야를 잘할 수는 없다”며 “적어도 전체적인 방향성에서 정부가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남북관계는 윤석열정부에서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윤석열정부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담대한 구상’은 나름대로 전향적이지만, 대통령의 대북관은 유연성이 없고 적대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