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콘서트 간 변호사가 소송 나선 이유… “207구역 37번 좌석은 없었다”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3월 쿠알라룸푸르 콘서트 자리 예약
피해자들 합류·최대 3억원 보상요구
13일 싱가포르 콘서트는 열기 가득
제니 “아주, 아주 더워 얼굴이 녹아요”

“없는 좌석을 판매한 주최 측이 제대로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보상도 하지 않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좌석을 예약한 뒤 K팝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 공연을 보러갔지만, 자리가 없어서 불편을 겪은 동남아시아 변호사가 에이전트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말레이시아 변호사 나스 라흐만(Nas Rahman)는 블랙핑크가 지난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공연했을 당시 좌석이 없어 낭패를 겪었지만, 주최 측(라이브 네이션 앤 고 라이브·Live Nation and Go Live)이 적절한 사과와 보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내용과 소송 사실을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변호사 부부 2자리 예약·1자리는 없어

 

합의 실패에 따른 피해보상 요구액은 최소 10만 링깃(약 3000만원), 최대 100만 링깃(약 3억원)이다. 소송 내용이 공개되자 말레이메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동남아 언론매체가 이를 보도했다. 블랙핑크는 13일과 14일 싱가포르 공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3일 공연이 펼쳐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엔 5만명이 넘는 팬들이 찾았다.

 

말레이시아 변호사의 소송의 단초는 지난 3월 4일 블랙핑크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콘서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블랙핑크의 공연(BORN PINK 말레이시아 월드투어)은 동남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쿠알라룸푸르 부킷 자릴 국립경기장에서 개최됐다.

 

K팝 팬인 나스 변호사는 블랙핑크의 월드투어가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직후 티켓 2장을 488 링깃(약 14만6000원)에 예약 구매했다. 콘서트 당일인 3월 4일 아내와 함께 기대감 속에 예약 자리를 찾아갔다. 기대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2좌석을 예약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자리는 하나에 불과했다. 예약 좌석은 207구역 36·37번 좌석 2장이었지만, 37번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낭패였다. 아내 혼자 자리를 앉았으며, 자신은 서서 공연을 봐야 했다. 2시간 내내 계단에서 서 있어야 했던 자신은 물론 자리에 앉은 아내도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부부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여겼던 공연 관람의 기쁨은 사그라들었다.

 

말레이시아 변호사 나스 라흐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계정에 블랙핑크 말레이시아 공연 주최 측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틱톡 캡처

피해자 규합해 주최 측과 협상했지만 실패

 

에이전트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다. 콘서트 공연 이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남긴 것은 이 때문이었다. 비슷한 사례를 모아보기로 했다. “블랙핑크의 콘서트에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이 또 있을까요? (예약했지만) 자리가 없었던 경험을요. 저는 계단에 서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나스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한 콘서트 팬들은 “좌석을 예약했지만, 자리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팬들은 블랙핑크의 공연을 관람하기는 했지만, 담과 펜스 때문에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률회사를 지닌 나스 변호사는 콘서트 개최 이틀 이후인 3월 6일 블랙핑크의 말레이시아 공연 주최 측에 티켓 금액 환불과 예약 잘못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서류를 보냈다. 몇 차례의 대화 노력은 실패했다고 그는 전했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관광지 머라이언 동상 인근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싱가포르=AFP연합뉴스

“법원에 주최 측 잘못 판단 요청”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자, 나스 변호사는 티켓 환불·보상을 요구하는 10만~100만 링깃 상당액의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는 1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리고, 틱톡 계정에서 이런 내용을 영상으로 설명했다. 설명은 이랬다. “몇 차례의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라이브 네이션 앤 고 라이브(콘서트 주최사)를 상대로 쿠알라룸푸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나스 변호사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나의 믿음은 돈 때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이 문제를 용인한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인데 이런 잘못이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에게 소송의 승패 결과보다 중요한 점은 공연 주최 측이 고객과 팬들에 대한 책임감을 제고하는 과정으로 삼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으니 결론이 나올 때까지 절차를 충실히 따를 것이며, 앞으로는 이번 소송과 관련된 추가 정보나 상황은 SNS 등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스 변호사는 덧붙였다.

 

블랙핑크 4인조 멤버들이 13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제공·캡처

열기 가득한 싱가포르 공연

 

13일 블랙핑크의 싱가포르 첫날 공연은 성공리에 끝났다. 팬들은 14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이어지는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13일 공연에서 제니는 “오늘은 매우, 매우 더워요. 얼굴이 녹고 있어요”라는 멘트로 관람객의 웃음을 유도했다. 싱가포르의 뜨거운 날씨와 공연 열기를 의미한 발언에 팬들은 열광했다.

 

제니의 말처럼 어느 때보다 높은 열대 기온이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강타하고 있지만, 5만명의 팬들은 국립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현지매체들은 이들이 공연 관람을 위해 지불한 티켓 정상가격은 168∼398 싱가포르 달러였다고 보도했다. 원화로 17만원∼40만원이다. 외신은 휘파람 등 5개 히트곡으로 이뤄진 105분 동안 콘서트에 팬들이 거대한 축제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블랙핑크 멤버(지수·제니·로제·리사)는 자신의 노래를 별도로 부르기도 했다. 오랜 히트곡에서 최신 노래까지 이어지자 국립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뒤덮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