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에만 비껴가는 규제개혁 의지 [현장메모]

“1300만명이 넘게 이용했는데도 안 된다는 건데 시간이 지난다고 정식 도입이 될까요? 이런 식으로 사업이 제한되면 정작 꼭 필요한 시점에는 외국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전신영 닥터나우 이사)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돼 온 비대면 진료가 내달 1일부터 다시 불법이 된다. 정부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으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시범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없다고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지민 산업부 기자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시범사업으로 연명하게 되면 불안감만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3년 간 비대면 진료 이용자 수는 1379만명, 이용 건수는 3661만건에 달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끝내 ‘법제화’라는 선택지를 버렸다. 시간이 지나 시범사업 데이터가 더 쌓인들 의약계의 반발을 뚫을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계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일 네거티브 규제(법률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가 적용되는 ‘글로벌 혁신 특구’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특구 10곳, 관련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1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는 스타트업의 고질적인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계획도 이달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업계도 환영하는 정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남는다. 당장 비대면 진료 셧다운으로 혁신 의지가 꺾이고 있는데, 정부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헛다리만 긁는 모양새처럼 보이기도 해서다. 관련해 중기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며, 이영 장관도 규제 개혁을 핵심 어젠다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글로벌 혁신 특구 조성을 발표할 당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 어디에서 누군가가 하고 있다면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하자.”, “싸울 시간이 없다.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게 장애물을 제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물을 것이다. 이 장관이 천명한 원칙이 당장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는 왜 적용되지 못하는지. 이 장관이 말한 ‘장애물’과 비대면 진료 업계가 마주한 장애물이 다른 것인지. 정부가 머뭇거리는 지금도 혁신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부디 정부의 답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