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랐던 강원도 동해 해역에서 올해 들어 가장 큰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보다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외면할 순 없어도 대지진 전조로 보기는 무리라고 밝혔다. 15일 일어난 동해 해역 지진이 본진이며, 지금까지 일어났던 작은 지진이 전조였다는 분석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7분37초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발생 깊이는 31㎞로, 오전 8시6분에는 규모 1.8 여진이 한 차례 더 발생했다. 1978년 이래 한반도나 주변 해역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횟수는 28차례다. 가장 최근 발생한 규모 4.5 수준 지진은 2021년 12월14일로, 당시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해역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은 1년5개월 만이다.
강원 주변에서 유감신고는 18건 접수됐다. 강원·경북에서는 최대진도 Ⅲ, 충북에서도 최대진도 Ⅱ로 기록됐다. 진도 Ⅲ이면 실내에서 특히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정지한 차가 약간 흔들릴 수 있다. 진도 Ⅱ는 조용한 상태거나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 일부만 느낄 수 있는 정도의 흔들림이다.
동해에서 지진이 빈발했으나 두드러지게 큰 지진 없이 유사한 크기의 지진이 비슷한 지역에서 반복되는 군발지진 또한 특이한 사례는 아니라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이 과장은 “2020년 전남 해남 지역이나 2019년 백령도, 2013년 충남 보령 해역에서도 군발지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성준 강원대 교수(지구물리학)는 “지난달 규모 3.5 지진과 이날 지진은 에너지가 30배 이상 차이”라며 “에너지 차이가 현격해 이번 지진이 본진으로 보이고 이제 비슷하거나 작은 규모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동해 일대는 세부적인 단층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이 1㎞ 이내로 짧게 추정되나 동해 해안선을 따라 있는 후포단층, 울릉단층 등과 이 단층이 연결됐다면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장 교수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이 동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울릉단층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다”며 “해저 단층은 아직 연구가 상세히 이뤄지지 않아 단층이 한꺼번에 미끄러지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이 흔들려” “흔들어 깨우는 줄”… 주민들 ‘깜짝’
“누가 흔들어 깨우는 줄 알았다.”
15일 오전 6시27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한반도에서 가장 강한 지진이다. 진앙은 북위 37.9도, 동경 129.57도, 깊이 32㎞다.
이 지진으로 “집이 흔들렸다”는 등 시민 신고가 이어졌다. 삼척시에 거주하는 유모(34)씨는 “아침에 깨어 있었는데 순간 강렬한 진동이 느껴진 뒤 곧바로 긴급재난문자가 왔다”며 “자고 있었다면 모를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느꼈을 진동”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강원도 내에서도 비교적 내륙에 있는 원주시에 사는 최모(32)씨도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깼는데 얼마 안 돼 침대가 앞뒤로 몇 초간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길진 않았지만 지진이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다음에는 더 큰 지진이 올까 무섭다”고 말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아침에 직원들끼리 상황을 공유해 보니 전부 다 지진을 느낀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느라 몰랐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직원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이와 비슷한 지진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자다가 흔들려서 깼더니 지진이었다”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부모님께 전화했더니 건물이 흔들렸다더라” 등의 소식을 공유했다.
강원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동해시와 삼척시, 강릉시 등에서 “침대가 흔들렸다” 등의 신고가 18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접한 경북 영주시(2건)와 안동시(1건)에서도 유감 신고가 들어왔다.
지진이 발생한 강원 인근 지역 외에서도 “부산 흔들림 느낌” “내 고향 이렇게 지진 자주 나는 거 보니까 불안하다” “동해안 지진 잦네” “이제 우리나라도 절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등의 글이 올라오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시민들은 최근 동해안 등에서 잇따라 전해지는 지진 소식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강모(31)씨는 “예전엔 어디서 지진이 났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튀르키예 강진 이후 한국에서도 지진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며 “우리나라도 내진설계 등 지진에 대비한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