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장, 이태원 인파 보고에도 尹 비판 전단지 제거 지시”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첫 재판…유족들 “책임자 강력 처벌하라” 촉구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밤 당직 근무자들에게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떼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책임자들을 강력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참사 당일 당직사령으로 근무한 조원재 용산구청 주무관은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구청장의 첫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조 주무관은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쯤 이미 이태원 차도에 차와 사람이 많다는 민원을 접수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구청장 비서실장으로부터 전단지 제거 요청이 들어와 이태원 현장에 나가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조 주무관은 “비서실장이 구청장 지시사항이라고 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일 밤 전단지 제거 작업에 투입된 당직 근무자 2명에는 재난관리 담당 근무자도 포함됐다.

 

검찰은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후 8시59분 비서실 직원들 단체 대화방에 ‘집회 현장으로 가 전단지를 수거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일 오후 삼각지역 인근에서는 진보시민단체의 정부 비판 집회가 열렸다.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주최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첫 공판기일 엄중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조 주무관은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관리계획상 당직실이 상황실로 운영되는 줄 몰랐다”며 “핼러윈과 관련해 근무를 철저히 하라는 등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고도 진술했다.

 

박 구청장은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지난 1월20일 구속 기소됐다. 부실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직원을 시켜 현장 도착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받는다.

 

유승재 전 부구청장과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구청장은 이달 9일 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최 과장도 보석을 청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오는 31일 심문기일을 별도로 잡고 두 사람을 석방할지 심리하기로 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들의 두 번째 재판은 내달 26일 오후 2시30분 열린다.

 

한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을 엄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