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악몽이 되살아났다. 지난 11일 청주 청원군 북이면 소재 한우 농가 3곳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뒤 인근 오창읍과 증평까지 뚫려 발생 농가가 벌써 7곳으로 늘어났다. 첫 확진 이후 5일 만으로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차단 방역에 허점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이처럼 구제역이 빠르게 번진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인접 시·군의 다른 농장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은 점은 그마나 다행이다. 방역당국이 이런 이유로 구제역의 전국 확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렇다고 마음 놓기는 이르다. 최초 확진 농가에서 반경 3㎞(방역대) 안엔 소·돼지·염소 등 가축을 키우는 축산 농가가 231곳이나 되고, 증평군 소재 감염 농가 방역대에도 179개 농장이 몰려 있어 언제든 추가 확진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지역 방어선을 뚫고 전국으로 번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최초 확진 농가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소 29마리를 조사한 결과 항체형성률은 62%에 불과했다. 한우 10마리 중 6마리만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일부 한우를 대상으로 한 결과라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 확진 농가에서도 해당 비율은 76.5%, 24%에 그쳤다.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인 법적 기준(80%)을 밑돈다. 4년 넘게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탓에 정부의 백신 접종 등 방역조치가 느슨해진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을 줄이려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한 농장주의 욕심까지 더해져 화를 키운 격이다.
구제역은 소·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가축의 입안에 물집이 생기고, 발굽이 허는 제1종 법정전염병이다. 구제역 확산은 축산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2010년 12월부터 5개월간 지속된 구제역 사태 땐 전국의 소·돼지·염소 등 347만마리가 살처분되고 보상금·방역 비용 등으로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발병으로 지난해 정부가 신청한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간의 노고가 수포로 돌아가 안타깝지만 당국은 방역 고삐를 늦추지 말고 전국적인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가 역시 접종·소독 등 정부의 방역지침 준수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초동 방역이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는 최선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