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주택 가격이 단기간 내에 상승 반전하는 상황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원 장관은 16일 오후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매매시장에 있어서 국지적으로 주택가격 상승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초에 걱정했던 경착륙 우려는 해소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렇다고 해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지금 상승반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모든 부처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금리를 다루는 한국은행이나 재정 당국도 인식을 같이하고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고 전날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부분에서는 공급업체들이 인허가나 착공, 분양을 계속 미루는 경향이 있어서 빠르면 3년 뒤에 공급 위축으로 인한 가격 폭등 요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 등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서도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주택 경기에 있어 '핵심은 미분양'이라면서도 단기간 내에 미분양 주택이 급증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전체 미분양 규모는 9만가구 선으로 가다가 일부 해소되고 있고, 준공 후 미분양 역시 9000가구 정도에서 멈춰 있는데 몇 개월 사이에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전혀 없다"며 "미분양으로 인해 전체 시장이 충격을 받고 금융기관이 충격을 받고, 건설회사들의 경색이 오는 움직임이 앞으로 3~4개월 내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가구, 준공 후 미분양은 8650가구다.
원 장관은 그러면서 "만약 해외발 환율 등 압력 요인이 있으면 지금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지만 다음 단계까지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며 "미분양 임의 해소를 위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또 "주변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를 고수하고 있는데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추는 자구노력을 (선행) 해야 한다"며 "이 부분으로 (미분양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공통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주택 임대차(전월세) 신고제의 계도기간을 당초 이달 31일에서 2024년 5월31일로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임대차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는 보증금이 6000만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의무적으로 계약 내용을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원 장관은 "과태료와 상관없이 신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지금 전세가율,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사기 등이 엉켜있고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도 손을 봐야 해서 임대차 신고라는 단편적 행정에 행정력을 쏟는 것보다 전체적인 임대차 시장의 틀을 공사하면서 줄기를 잡은 시점에서 행정벌을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전세 사기, 깡통전세 등의 문제를 낳고 있는 전세제도 자체를 손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원 장관은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전세제도라는 건 임대인이 세입자한테 몫 돈을 빌린 것인데 갚을 생각 안 한다는 게 황당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갭투자를 통해 (전세금을) 돌려줄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이걸 갖고 투자 차익만 노리고, 브로커까지 끼고 조직적 사기 범죄가 판을 치게끔 온 것은 지금까지 심각한 문제"라며 "이제 제대로 예방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워낙 오랫동안 생겨온 생태계이고 어느 하나 고칠 때 더 큰 문제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공론화하고 여러 가지 가능한 모든 방안을 다 올려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그러면서 "생태계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가 나와야 해서 큰틀에서 임대차3법 전체를 어차피 개정해야 하는데 특히 전세재도가 사기나 주거약자들에 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을 막는 방향으로 본격 연구할 것"이라며 "하반기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주택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해 임대차 제도에 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원 장관은 임대차 3법 폐지까지 감안하는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꼭 폐지라는 답만이 아니라 전세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전월세 전환율, 가격, 기간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억지성을 없애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연 보증금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임대와 매매 가격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맞물려야 한다"며 "단순히 억지로 4년을 보장하고, 가격을 제한하고, 신고를 안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동안의 잘잘못을 떠나 앞으로 예상되는 임대차 시장의 많은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복기해서 가장 근본적인 제도를 내놓을 때가 됐다"며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제대로 판 위에 올려서 한번 큰 그림을 짜보자는 각오"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최근 인천 검단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붕괴 사고를 일으킨 GS건설이 철근 누락 문제를 알고도 공사를 강행했다면 최고 수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GS건설이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뿐 아니라 위례에서도 문제사례가 나왔고 지난번에 서울역 인근 아파트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며 "도대체 뭐가 문제일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경영적 요인으로 비용을 지나치게 조여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1등 브랜드란 자만감 속에서 세상을 쉽게 생각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눈에 안 보이는 불법하도급이 있는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GS건설이 본인들 치부를 스스로 드러낼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체) 검사 결과를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철근이 빠진 문제를 명백히 알면서도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뭉갰다면 최고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