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복지·농업 ‘디지털’ 옷 입는 경북… 혁신 강드라이브 [지방기획]

道, ‘디지털 대전환’ 정책 수립

5대 분야 87개 사업에 3조2638억 투입
AI·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 접목
디지털 기반·생태계 조성 등 4단계 추진

2025년까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설립
일상 모든 영역 디지털 서비스에 공들여
인재 양성 플랫폼 구축 등 인프라도 확대

2030년 1인 GRDP 5만 달러 달성 목표
이철우 지사 “지방시대 디지털 새판 주도”

경북도가 ‘디지털’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경제와 산업, 복지, 안전, 농업과 같이 생활과 밀접한 모든 영역에 ‘데이터’라는 옷을 입혀 자생하겠다는 취지다. 도는 87개 사업에 3조2638억원을 투입해 ‘디지털 대전환’의 전기를 마련한다. 신규 사업(47개)이 전체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그야말로 디지털 혁신의 새 판을 짰다.

도의 전략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위인 IMD 디지털 경쟁력 지수를 2027년까지 3위로 끌어올리고, 2021년 5위였던 글로벌혁신지수(WIPO)를 1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지금이 디지털 대전환을 꾀할 적기라고 봤다. 지방시대를 앞당길 열쇠가 디지털에 있다고 판단한 도의 디지털 대전환 정책을 소개한다.

◆“변해야 산다”… 디지털 혁명이 온다



17일 도에 따르면 경북의 ‘경제성장률’은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북의 지난 10년간(2012∼2021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1%로 집계됐다.

‘변해야 산다’는 경북의 도정 철학이다. 과거에만 머무른다면 발전은 없기에 변화를 기회로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뜻이다. 도는 산업 전반의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력산업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 시작점이 바로 디지털 대전환이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 설치된 메타버스체험관에서 주민이 가상현실(VR) 체험을 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사람이 하나하나 수행하던 것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으로 바꾼다. 도는 그간 디지털 업무가 분산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올해 1월 ‘메타버스과학국’을 신설했다.

메타버스과학국은 산·학·연·관을 결집해 디지털 정책 추진에 머리를 맞댄다. 도는 디지털 대전환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2030년에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5만달러(약 6670만원) 달성을 목표로 뒀다.

◆기반→생태계→서비스→거버넌스

도의 디지털 전략은 네 단계로 나뉜다. ‘기반 마련’과 ‘생태계 조성’, ‘서비스 확산’, ‘거버넌스 구축’이다. 기반 마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규 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다.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처리하고 고성능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시설로 경북도청 신도시 내 1160억원을 투자해 2025년 준공이 목표다. 여기에 도정 전반에 ‘초거대 AI’를 도입하고 ‘챗경북’을 고도화한다.

포항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감도.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디지털 워케이션(주거·업무·교육)’ 환경을 마련한다. 정보 보호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보 보호 스타트업 사업화를 지원한다. 여기에 AI 기술로 국토·지리 디지털화를 꾀해 공간 정보를 통합 관리할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한다.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서비스 확산은 도가 가장 공을 들이는 단계다. 경제·산업, 문화·복지, 안전·환경, 농어산촌, 인재·행정 5대 분야에 디지털을 하나하나 접목해 혜택이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한다. ‘경북 디지털 전환지원센터’를 설치해 제조 공정의 혁신, 기업 경쟁력 향상을 돕는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AI 서비스 로봇’을 지원하고, 전통시장·상점가에는 맞춤형 디지털 기기를 보급한다.

지역 명소는 디지털로 재탄생한다. 메타버스로 지역 명소를 구현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 신라왕경 타임머신 플랫폼과 세계문화유산진흥원, 가상 독도 플랫폼 사업이 대표적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팜으로 한라봉을 재배한 경북 영주의 농가. 경북도, 영주시 제공

홀몸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삶 속에도 디지털이 스며든다. 이들 가정에 디지털 기기를 보급해 응급 안전과 건강 관리를 돕는다. 디지털 약자를 위한 ‘행정지원 콜센터’를 권역별로 운영해 정보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 경북은 농어촌 인구 비율이 높은 만큼 스마트팜과 스마트양식에 예산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AI 기반 스마트 안전 체계와 산업·자연 재해에 대응하는 통합 관제 실증 시스템을 구축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거버넌스를 만들고자 민관 합동 디지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례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을 준비한다.

◆맞춤형 인재 키운다

도는 디지털 ‘인재 양성’ 인프라를 확대한다. 먼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도는 자기 주도적 학습의 대명사가 된 프랑스의 에콜42를 지역 여건에 맞게 보완해 현장형 교육 플랫폼을 만든다. 32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2년 비학위에 100% 무상 교육 과정으로 디지털 인재를 키운다.

‘디지털 전문 마이스터고’를 만든다. 디지털 분야의 역량이 충분한 고등학교를 마이스터고로 전환해 2030년까지 10개교로 늘린다. 지역 대학과 학점을 연계하고 국제공인 자격 취득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아카데미’와 창업·사업화를 지원하는 ‘메타버스랩’을 갖춘다. 지역 주력 산업인 전자정보 기기와 미래차 전환 부품 등 디지털 융합 분야 혁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구경북혁신대학’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3일 경북도청 브리핑실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디지털 대전환 기본 구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정부의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이 지역 곳곳에 퍼지고 도의 기본 구상이 실현돼 우리 일상을 채워 나가도록 하겠다”면서 “도가 추진하는 지방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혁신 분야도 경북이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최혁준 경북도 메타버스과학국장 “디지털 대전환 민생에 방점… 일상에서 주민 편의 높일 것”

 

“디지털 대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최혁준(사진) 경북도 메타버스과학국장은 17일 세계일보와 만나 디지털 대전환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디지털 대전환은 대규모 사업비를 투자하더라도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성과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삶과 밀접한 전 분야에서 성과를 드러내 일상생활 속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최 국장의 지론이다.

최 국장은 “인터넷이 초기에 보급될 당시 국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디지털도 마찬가지다. 경북이 인터넷 보편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졌을 수 있지만 디지털화는 선봉에 선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디지털 대전환을 꾀하고자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디지털을 일상화해 주민 편의를 높이고, 정부 공모 사업으로 디지털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 중에서도 최 국장이 가장 주안점을 둔 건 바로 ‘민생’이다. 최 국장은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디지털 대전환을 알아서 착착 준비하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도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민생과 밀접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디지털 대전환을 주도하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AI 도지사’는 경북이 디지털을 행정에 접목한 대표 사례다. 도는 지난 3일 경북도청에서 ‘디지털 세상 경북도’를 비전으로 디지털 대전환 기본 구상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손에 든 태블릿PC의 버튼을 누르자 텔레비전에 AI 도지사가 나타났다. AI 도지사는 디지털 대전환의 기본 구상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최 국장은 ‘현재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디지털 대전환은 그야말로 ‘바닥에 가라앉은 걸 방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과 다름없다”면서 “효과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찾는 일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대전환은 산업 경쟁력 저하에 노동력 감소와 같은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기술·경제·사회 전 영역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