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고보조금 빼돌려 제 돈처럼 쓴 시민단체, 발본색원하라

감사원이 국고보조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려 제 돈처럼 펑펑 쓴 시민단체 10곳을 적발해 7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그제 밝혔다. 최근 5년간 국고보조금을 최소 1억원 이상 받은 비영리 민간단체 911곳 중 유용이 의심되는 단체에 대해 지난 7개월간 집중 감사한 결과다. 확인한 횡령액만 17억4000여만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류상으로는 회계 내역이 완벽했다고 한다. 국가보조금 관련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는 얘기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적발된 비리 행태를 보면 기가 막힌다. 5년 동안 정부의 ‘병영 독서 활성화 지원사업’을 수행한 사단법인은 가족과 지인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10억5000여만원이나 빼돌렸다. 그 돈으로 손녀 승마용 말 구입과 유학비, 자녀 주택 구입 자금 등에 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여성가족부 사업에 참여 중이던 한 여성인권단체 대표는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근무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 665만원을 인건비로 부정 수급했다. 총 근무일 100일 중 제대로 출근한 날은 27일에 불과했다. 시민단체의 탈을 쓴 파렴치범들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안산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빼돌린 시민단체도 있다니 놀랍다. A청년회는 안산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역사와 인문학 독서 토론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보조금을 타낸 뒤, 실제로는 김정은 신년사와 김일성 항일 투쟁 등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데 보조금을 썼다니 어이가 없다. 세월호 관련 보조금으로 지역공동체 회복사업에 참여한 또 다른 시민단체 대표는 아내가 운영 중인 인쇄업체에 인쇄물 용역을 맡겨 270만원을 횡령했다. 이들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여겼을 것이다.

문재인정부 5년간 각종 시민단체, 협회, 재단 등 민간단체에 지원된 보조금이 연평균 4000억원씩 늘어 연간 5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부정수급 적발 과정에서 나랏돈 빼먹기 관행이 드러났는데도 느슨한 관리를 이어 온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더 이상 ‘보조금은 못 먹으면 바보’,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소리가 나오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고를 빼돌려 자신과 가족·친지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횡령액 전액 환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보조금 지원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