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당 차원의 진상 조사가 먼저라면서 김 의원 제소에 부정적이던 민주당 지도부가 입장을 바꾼 건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에 미온적 태도로 늑장 대응한다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윤리특위 제소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윤리특위에서 김 의원 징계에 속도가 붙을지는 불투명하다. 김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여야 입장 차이는 어제 윤리특위에서도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 회부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김 의원 제명안을 올리자고 주장했다. “숙려 기간을 지나 자문위로 넘어가면 최장 80일까지 소요돼 (징계 절차가) 지연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자문위 의견 청취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김 의원에 대한 여야 공동 징계안 제출에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동징계안을 제출하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돼 안건 상정에 필요한 숙려기간(20일)을 건너뛸 수 있다.
민주당은 김 의원 코인 의혹에 대응한다며 진상 조사, 징계, 코인 매각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모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당 차원에서 강제로 진상 조사를 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코인 매각도 김 의원의 반대로 무산될 공산이 크다. 비판 여론을 무마하려는 ‘눈속임 수습책’임이 드러난 셈이다. 김 의원 제명을 미적거릴수록 더 큰 위기에 빠질 뿐이다. 당 존립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김 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석을 합해야 121석이므로 민주당(167석) 의원 중 절반 가까이가 동참해야 가능하다. 민주당이 결단하기 바란다.
민주당 지도부가 김 의원을 감싸고 도는 소속 의원들과 개딸의 행태를 수수방관하는 것도 잘못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개딸은 김 의원을 규탄한 청년 정치인 8명을 ‘어린 수박’으로 규정하며 조롱했다. 이러니 국민이 민주당의 쇄신 의지를 믿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