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최측근 “5·18 때 태어나지도 않았으면서”…전우원 “역사 방관은 국민 도리 아냐”

‘전두환 오른팔’ 장세동 9일 언론 인터뷰서 “5·18 사과할 필요도, 할 것도 없다”
'전두환 손자' 전우원 “할아버지, 학살자이자 위선자… 어떻게든 희생을 폄훼·왜곡해 본인 과오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맨 앞)씨가 17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43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조부의 ‘오른팔’로 불렸던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현 국가정부원장)의 5·18 민주화 운동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씨는 18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장 전 안기부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을 겨냥해 “그때(1980년 5월)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말한 데 대한 질문을 받자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역사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국민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장 전 안기부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전씨가 5·18에 대해 사과했다. (당신도) 지금이라도 5·18과 관련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에 “지금 당장 할 필요도 없고 할 것이 없다”며 “내가 필요하다면 열번이고 백번이고 천번이고 못 할 이유도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전 전 대통령) 손주는 그때(1980년 5월)는 (태어)나지도 않았다”며 “그 사람이 자신의 느낌을 얘기한 건데, 그걸 (나와) 연계시켜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 것),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진 2021년 11월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맨 앞)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씨는 이날 “전 세계에서 역사를 배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굳이 그때 태어나지 않았어도 충분히 배우고 알 수 있는 내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를 잊은 민족한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며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역사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국민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전 안기부장에 앞서 전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전씨의 친할머니인 이순자씨 역시 지난달 손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5·18 때 태어나지도 않은 너는 주제넘게 아무 데나 나서지 말고 자신에게 떨어진 일이나 잘 처리해라”고 질책한 바 있다.

 

전씨는 이날 또 “국민과 국가를 위했으면 국민의 어떤 희생이 있을 때 그분들의 목숨과 삶을 할아버지 본인의 목숨이 소중한 만큼 생각을 하고 희생을 기려야 하는데 그런 건 없었다”면서 “간단하게 말하면 학살자이고 또 위선자”라고 전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아울러 “어떻게든 그때 있었던 그분들의 희생을 폄훼하고 왜곡함으로써 할아버지 본인의 과오가 조금이라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며 “국민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 얼마나 잔인한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 기억할 수 있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씨는 지난 3월에 이어 전날 다시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제43주년 5·18 민주화 운동 추모식에 참석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부르기도 했다. 몇몇 유족은 어깨를 두드리며 “잘 왔다”고 전씨를 격려했다.

 

전씨는 광주 시민의 환대에 “제 할아버지와 그 주변에 계셨던 분들의 권력·재산에 대한 욕심 탓에 (광주 시민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 사랑하는 이들을 다 잃어버렸다”며 “저한테 돌을 던지셔도 제가 드릴 말씀이 없는데, 오히려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신 분들이 많으셔서 죄송한 마음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