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릉에 커다란 산불이 났습니다. 저로서는 관심이 큰 지역이어서 하루 종일 뉴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 바로 옆에서 발화해 살았던 곳 부근까지 번졌기 때문이지요. 잡힐 것 같지 않던 산불은 오후 늦게 20여분간의 세찬 소나기로 비로소 수명을 다했습니다. 며칠 후 들러본 피해지역은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수십 년 된 소나무가 까맣게 타버린 것은 물론 펜션이나 민가에도 매우 큰 피해를 남겼더군요.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다행히도 지인들 중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것을 발견했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분께서 물으셨습니다. “집 근처에 불이 나면 댁의 사모님은 제일 먼저 뭐를 챙길 것 같아요?” 한참의 망설임 끝에 저는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글쎄요. 저를 먼저 챙기지 않을까요?” 확신은 없었지만, 기대라도 가지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고른 답이지요. 제가 되물었습니다. “도대체 사모님은 무엇을 제일 먼저 챙기셨기에 그러세요?” 그러자 그분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시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아, 글쎄, 제가 다음 날 출근할 때 입을 옷과 가져갈 서류를 제일 먼저 차에 싣더라고요. 하하하.” 인생을 칠십년 가까이 사신 분이니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대답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