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피해자를 만났다. 대통령실은 역대 정권이 외면했던 아픈 역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한·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긍정적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피해자 10여명을 만나 직접 위로의 말을 건넨 뒤, 박진 외교부 장관이 동포 만찬을 갖고 이들의 어려움과 요구 사항 등을 경청했다. 대통령실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향후 한·일 정부의 역할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미래 세대를 위해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과거사 문제도 계속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미래의 문을 열었지만 과거의 문도 닫지 않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원폭 피해자 면담이 한·일 관계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과거사 문제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인다는 사례”라며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이 전달되면 한·일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통화에서 “(원폭 피해자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소외당한 분들이었다”며 “국가의 보살핌과 지원이라는 것을 좀 더 생각해볼 수 있고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폭 피해에 대한 한·일 양국의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한국인도 같이 포함된 것이고, 핵이라는 것은 파괴적인 것이고 인류의 살상 무기라는 식의 의미 부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각자의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한·일 정상이 같은 역사적 순간의 고통을 기억하면서 그 자리에 선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