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공동 참배했다. 한국 대통령의 원폭 피해자 위령비 방문과 한·일 정상의 공동 참배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3국 정상들이 ‘3국 간 새로운 공조’에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한·미·일 3자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국제회의장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오늘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방한 시 기시다 총리께서 강제징용(강제동원의 일본식 표현)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총리님의 용기와 결단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기도를 올린 건 양국 관계와 세계 평화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님과 두 달 사이에 세 번째 회담을 하는데 (이러한 만남은) 우리 두 정상의 관계 진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는 두 정상이 한·일 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동북아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핵 위협 등에 두 나라가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간 한·일 정상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 위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실천을 한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의 안내를 받으며 G7 참관국 정상들과 함께 원자폭탄 투하 참상이 기록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평화기념자료관도 관람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히로시마를 포함한 항공기 직항로 재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의 원활한 운영 △공급망과 첨단기술 협력 등을 언급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양 정상은 기회가 닿는 대로 정상 간 셔틀외교를 지속하기로도 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새로운 수준으로 3국 공조를 발전시키자는 데 합의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세 정상은 지난 1월 기시다 총리의 미국 방문, 한·일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를 마련한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이번 달 초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 이후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임을 상기하고, 3국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3국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한 이후 6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