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 ‘지연배상금’ 2년간 670만건… 가계 부채 경고등

은행권 2021∼2022년치 분석

제때 이자 못 낸 대출자들에 부과
5대 시중銀·인뱅 금액으론 461억
고신용자 신용대출 납부액 40%↑
중저신용자는 주담대 관련 부담 커
“심상찮은 연체율 관리 필요” 지적

자영업자 “소득 70% 이상 빚 갚아”

최근 2년간 5대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이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 차주를 상대로 ‘지연배상금’을 부과한 건수가 67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납부액은 총 461억원에 달한다.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지연배상금도 1년 새 40% 가까이 급증하는 등 연체 문제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만큼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3대 인터넷은행(카카오·케이·토스)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2년 이들 은행이 신용대출과 주담대 상환을 연체한 차주에게 부과해 받은 지연배상금 건수는 약 676만건(인터넷은행은 주담대 제외)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461억1741만원에 달한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붙어있는 대출금리 안내문. 뉴시스

지연배상금이란 차주가 매월 납부해야 할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할 경우 연체 상황에 따라 은행이 부과하는 배상금이다. 일반적으로 대출 적용 이자율에 3%를 더한 이자율이나 15% 중 낮은 금리를 적용해 부과한다. 지연배상금은 연체 기간에 따라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연체 기간 1개월 미만까지는 약정 이자에만 지연배상금이 가산되지만 1개월 이후부터는 원금에 지연배상금이 가산돼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기준 1개월 미만 연체에 대한 지연배상 납부 건수는 2021년 139만7099건에서 지난해 145만2685건으로 4.0% 늘었다. 같은 기간 납부액은 26억9460만원에서 37억7412만원으로 40.1% 급증했다.

반면 1개월 이상 연체에 대한 납부 건수는 2021년 27만7654건에서 지난해 26만9204건으로, 납부액도 44억2605만원에서 43억312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1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원금에도 지연배상금이 부과되는 만큼, 차주들이 1개월 이상 연체액을 최대한 먼저 상환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신용자의 지연배상금 납부액이 1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NICE 860점, KCB 820점 이상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지연배상금 납부액은 13억7000여만원에서 18억9000여만원으로 38.5%나 늘었다. 중저신용자의 증가폭(7.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기준 1개월 미만 연체에 대한 지연배상 납부 건수는 5.3% 감소했지만 납부액은 15억873만원에서 19억7844만원으로 31.1% 증가했다. 1개월 이상 연체의 경우 납부 건수와 납부액은 각각 8.0%, 15.8% 감소했다.

중저신용자 주담대 지연배상금의 경우, 납부액이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54억여원과 132억여원에 달했다. 고신용자 납부액이 이 기간 각각 9억원, 13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중저신용자가 10배 넘는 금액을 지연배상금으로 낸 셈이다.

최 의원은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지연배상금 납부액이 증가하는 부분이나 중저신용자의 주담대 지연배상금이 지나치게 많은 점,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의 지연배상금 납부액이 증가하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자영업 가구 중 약 39만가구는 소득의 7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쓴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금융부채가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는 38만8387가구로 집계됐다. 전국 2만여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해 추정한 결과다. 이들의 금융부채는 총 109조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