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대러 견제 노선을 뚜렷하게 보여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한국은 한발 더 서방 자유민주주의 노선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이번 회의에 G7 ‘플러스 알파’로 초청돼 끈끈한 한·미·일 공조 노선, 대중 견제 공급망 재편, 우크라이나와의 밀착을 보여준 것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러시아 변수로 인한 한국 외교의 위험 요인은 더욱 커졌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이 향후 G8 등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맡기 전 곱씹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외연 확대와 동시에 방향성 고민도
박진 외교부 장관은 22일 YTN 인터뷰에서 G7 회의 성과에 대해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기반 구축을 하는 데 있어서 화룡점정이 됐다”며 “G7 국가들과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의 공통 과제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G7에서 한국은 대중·대러 견제 노선에 함께하고,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통해 추가 지원도 약속했다. 또 한·미·일 회담을 개최하고 다시 워싱턴에서 회담을 이어가기로 해 한·미·일 회담 역시 한·일 회담처럼 ‘셔틀외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통화에서 “이번 G7 회의는 한국이 추구하는 글로벌 외연 확대의 좋은 디딤돌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의 G7 참석은 이후 한국의 외교 노선에 대한 고민을 남긴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낮추기)으로 다소 기조가 변화하긴 했지만 이번 G7에서 대중 견제 노선이 더욱 뚜렷하게 그어진 데다 우크라이나와의 밀착으로 인한 대러 견제 노선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위성락 전 주러대사는 통화에서 “우리의 높아진 국격과 위상으로 G7에 자주 초청받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형성될 새로운 전후 질서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글로벌 외연 확대를 통해 G8 혹은 그 이상의 국제적 위상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서방 자유주의 연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때 져야 할 책임과 이후 중·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워싱턴 3자회담 7월 개최하나
한·미·일 3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워싱턴 3자회의를 오는 7월 개최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3자회의가 성사되면 다자회의를 계기로 만나는 형태가 아닌, 3국 간 회의가 처음 따로 열리는 것이다. 워싱턴 3자회의에서는 히로시마에서 합의한 ‘3국 간 공조의 새로운 수준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YTN 인터뷰에서 한·미·일 정부가 일제히 언급한 ‘새로운 수준의 공조’ 의미에 대해 “세 나라의 안보 공조를 질적으로 강화하고, 경제 공급망과 인적 교류, 사회문화 분야까지 외연을 확대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역시 자유주의 연대에 밀착한 뒤 대중·대러 외교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중국과 러시아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고위급 레벨에서도 필요한 현안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선 한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간에 양자 간 전략 대화를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자국을 압박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의장국인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또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찰풍선 사태 후 냉각된 미·중 관계가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미국은 한편으로는 소통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국을 압박하며 중국 관리와 기업에 제재를 가했다”며 “이러한 방식의 소통이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