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에 근거한 무모한 정책 탓 원전수출 주도권 러·중에 뺏겨 에너지안보 위해 복원 속도내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2017∼2022년 탈원전 비용으로 이미 22조9000억원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파급 효과로 2030년까지 24조5000억원이 추가로 들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그제 발표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원전 공사가 중지되거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이 백지화되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등 일련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를 돈으로 환산한 결과다. 지난 5년간 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 탓에 2030년까지 47조4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그것을 모두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한전이 32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만약 원전 가동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를 10조원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한전이 망가진 건 글로벌 공급망 부족사태에 따른 에너지값 폭등 영향도 있지만 탈원전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문 정부는 기존에 80% 중반이었던 원전 가동률을 71.5%로 떨어뜨렸다.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2~3배 비싼 LNG·신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써야 하니 수익성 악화는 당연한 일이다. 편향적 이념에 근거한 무모한 정책이 국가 경제와 국민을 얼마나 골병들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보고서에서 센터는 원전산업이 ‘붕괴 직전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지적했다. 문 정부 5년간 원전산업 매출은 2016년 5조4000억원에서 2021년 3조3000억원으로 41.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도 2만2000명에서 1만8000명으로 18.2% 줄었다. 이런데도 탈원전 정책 결정에 참여한 사람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다. 몰염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이 만신창이가 된 탈원전 정책과 한전을 보면서 이념에 매몰된 정책과 결별하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을 더 주목하는 이유가 아니겠나.
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한·미 원자력 민간 협력 방안’에 따르면 최근 세계 원전 수출 시장에서 가장 핫한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2022년 기준 13개국에서 건설 중인 수출 원전 34기 가운데 러시아가 건설하는 원전은 23기로 68%를 차지한다. 중국도 4기를 수주해 러·중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9%에 달한다. 한국이 탈원전 정책으로 헛발질하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마침 공급망 위기로 에너지 가격 급등도 경험했다. 비슷한 유형의 돌발 변수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원전 생태계 복원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