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때문에 온 것 아냐”… '동상이몽' G7 정상회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두고 이견 표출
G7 회원국, “러 제재, 우크라 지원 확고”
신흥·개도국은 중·러 관계 중시 독자 이익 모색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때문에 G7에 온 것은 아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2일 히로시마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을 비판했다. G7이 2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지원을 약속한 것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이다.

주요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 참가한 G7 회원국 정상과 참관국 정상들이 지난 20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 아사히신문은 G7과 우크라이나의 결속을 강조한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비판과 냉담한 반응이 부상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시하며 독자의 이익을 견지하려는 신흥·도상국의 외교자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반응은 이번 정상회의에 참관국(옵서버)로 초청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 신흥국)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룰라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G7은 전쟁 이야기를 하는 장이 아니다”며 “교섭 의사가 있다면 어디라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1일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침해할 것을 비난한다”면서도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은 채 “유엔이 전에 없이 마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를 만날 수 있다며 중재자 역할에 대한 의욕을 보이면서 “양측이 100% 양보하지 않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아사히는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전격 방문하면서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인도, 브라질 정상과의 만남이 성사될 지가 주목받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동은 성사됐지만 룰라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확대회의 연설에서 “베트남은 어느 한 쪽을 고르지 않고 정의와 평등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우크라이나 정세를 염두엔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유력지인 콤파스는 ‘세계에서 중요성을 잃은 G7’이란 사설을 실었다. 콤파스는 “원래 G7은 안보, 경제 등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 조정의 장”이라고 전제한 뒤 “이번 정상회의는 주요의제로 러시아 제재, 대만문제 등을 염두에 두어 미국의 야심에 물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도, 러시아, 중국을 더하지 않으면 과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