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한다면서 사실은 코인만 파는 사업들. 한눈에 봐도 이상한데 국회에서 행사를 열고 TV 광고까지 한다. 우리나라가 사기 무법천지가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당국이 단속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이런 코인을 발행하면 바로 증권 공모절차 위반으로 감독기관이 제소한다.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데 법 집행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긴다.
문제의 본질을 보자. 소수가 ‘거짓’으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올리면서 생기는 경제 질서의 파괴이고, 이런 것을 막으라고 만든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본질을 터놓고 말하게 되면 해결책도 사실 간단하다. 법을 집행하는 것이다.
사업의 본질은 말이 아니라 비즈니스 구조로 판단하는 것이다. 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27개 김치코인<세계일보 심층기획 ‘가상자산, 조작된 고수익의 유혹’ 참고>의 사업자는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가로 가상자산을 받는다. 오히려 가상자산을 준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자체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는 모델이다.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팔지 않는 한 말이다.
주식은 공모로 모집된 자금이 재화나 서비스를 파는 사업에 쓰이기 때문에, 만약 잘 돼서 회사 가치가 높아지면 시가총액이 커지는, 사업자와 투자자 모두 좋은 길이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사업은 서비스가 잘 됐을 때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서비스가 잘 될 일이 없다.
단독상장이라고 해서 표방하는 사업의 종류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 원래 인터넷으로 하는 서비스들을 망라한다. ‘가상화폐’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지만, 27개 중 일반가맹점 결제를 표방한 것은 1개뿐이다. 한 가지만 우려먹을 수 없어서 테마를 자꾸 바꾼다. 개인의 데이터를 기업에 판매하겠다는 곳도 있다. 상품 개발에 필요한 것은 빅데이터인데 어떤 기업이 데이터를 1개씩 사나. 전반적으로 NFT 표방이 늘고 있는 추세도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이나 게임, 연예 분야를 표방해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한다.
법은 어떻게 되어 있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한 나라들에서는 그 거래의 성격이 투자관계이므로 증권법이 적용된다. “해외에는 허용된 가상자산공개(ICO)가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돼 있다.” 사업자들이 계속하는 말이다. 해외에서 허용됐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김치코인의 발행법인이 싱가포르에 있더라도, 싱가포르에서는 공모(일반투자자 판매)하지 않고 우리나라 거래소에 가져오기 때문에 그쪽 당국이 신경을 쓰지 않을 뿐이다. 미국, 캐나다는 증권법 규제로 범죄를 처벌하고 문제 프로젝트를 퇴출하고 있으며, 유럽도 최근 가상자산업법(MiCA)에서 증권법 적용이 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서 사업에 이용하는 투자관계는 자본시장법에서 정한다. 자본시장법은 투자관계의 형식이나 구체적 내용이 변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계약증권’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표방하는 가상자산들은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미 많이 거래 중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기한을 줘 최소한의 사항들을 신고하게 하고 신고 수리 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계속 허용하는 예외(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주면 된다. 비정상적 프로젝트라면 이 과정에서 걸러져도 할 수 없다.
금융위는 왜 지난해 7월 발표된 120대 국정과제 35번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을 이행하지 않을까. 국정과제 35번은 ‘증권형 코인은 자본시장법에 따르도록 하고(필요시 금융규제 샌드박스 우선 활용), 비증권형 코인의 경우 국회 계류 중인 법으로 규율체계를 마련’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해 7월과 지난 1월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업무를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지난 3월 윤창현 의원이 해당 업무를 원화거래소 간 자율협의체(DAXA)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발언했다. 윤 의원은 디지털자산 민·당·정 특위 위원장이다. 법 집행 업무인데 대상인 사업자와 국회가 좌지우지한다. 거래소야말로 가상자산 사업 생태계의 중심인데 어떻게 증권성 판단을 맡기나.
현재 검찰은 테라 사태에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한 상태다. 개별 범죄를 처벌하는 사법적 마무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산업 전반을 가이드하는 행정의 역할이 절실하다. 민·당·정 회의가 무슨 의도로 만들어졌든, 현재까지 한 걸 보면 좋은 절차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사업자에게는 의견을 받으면 되고, 원래대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
가상자산업법도 마찬가지이다.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가상자산들에 적용되는 법이라는 점은 알려지지 않고, 투자자가 보호된다는 홍보만 되고 있다. 투자자 보호는 투자자가 있다는 전제여서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법만 법이면, 그 법 시행 전의 부정거래들은 면죄부를 달라는 건가?
사람도 아플 수 있듯이, 사회도 병리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시민들이 법을 알고 촉구하면 해결된다. ‘긍정’이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는 것 아닐까.
<세계일보 심층기획 ‘가상자산, 조작된 고수익의 유혹’ 시리즈>
(중) 허위 사업 모델, 내부자의 고백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2519738
5대 거래소 단독상장 27개 코인 분석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251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