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찰단, 후쿠시마 원전 점검… 日 “해양 방류 안전성 이해 기대”

오염수서 방사성물질 없애는 ALPS
설비 전반적 통제 운전제어실 등 조사

“3개 ALPS 설치… 현재 하나만 운영”
시찰단장, 점검계획대로 설비 살펴
24일은 방사능 분석 실험실 등 점검

野·시민단체 비판 목소리 고조
민주, 시찰단 대상 청문회 개최도 고려
“민간전문가 제외… 결론 정해놔” 우려
이재명, 지역구서 방류 반대 서명 운동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출 관련 설비를 점검하는 한국 시찰단이 23일 원전 현장을 방문해 다핵종제거설비(ALPS), ALPS를 거친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군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시찰단의 현장 점검이 “해양 방출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한국의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규제의 해제를 희망했다.

 

시찰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진행해 오염수에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ALPS, ALPS를 거친 후 희석된 오염수를 저장하고 핵종(核種·원자핵 종류)과 농도를 확인하는 측정확인용 설비(탱크군)를 중심으로 점검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가 지난해 5월19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도쿄전력 관계자들로부터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당시 원전사고로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어 현재도 매일 상당한 양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오염수 처리를 위해 2013년부터 ALPS를 설치해 오염수를 처리하고 이를 원전 주변 저장탱크에 저장해 왔다. 도쿄전력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약 133만㎥의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는데, 전체 저장용량의 96%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올 여름쯤 원전 1㎞ 앞바다에 방출한다는 계획이지만 한국은 물론 중국, 태평양도서국가 등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 점검 후 기자들과 만난 유국희 시찰단장(원자력안전위원장)은 “기설·증설·고성능의 3개 ALPS가 설치되어 있는 데 현재는 하나만 운영되고 있었다”며 “각 시설이 어떤 원리, 어떤 계통 구성으로 핵종을 제거하는 지를 중점적으로 봤다”고 전했다. 탱크군에 대해서는 오염수의 희석 균질성을 집중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탱크에 있는 물들을 잘 섞어서 농도가 정확하게 나올 수 있게 되어 있는 지를 봤다”며 “(물을 제대로 섞기 위한) 펌프 등의 순환기기가 정해진 규격대로 작동 중인 지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애초 예정했던 K4 탱크군 외에 도쿄전력이 방사성환경영향평가를 하며 시료를 채취했던 J탱크군도 들여다 봤다.

 

방출 설비를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운전제어실도 점검 대상이었다. 측정, 이송, 희석 등 오염수 해양 방출 전반과 관련된 경보창, 긴급차단 밸브, 방사선 감시기 등의 설비에 이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떤 식으로 신호를 받고, 그 신호에 따라 설비가 어떻게 제어, 조작되는 지를 확인한 것이다.

점검 결과 설명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3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점검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자료관에서 취재진에게 시찰단의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후쿠시마=연합뉴스

유 단장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점검을) 계획했던 설비는 모두 봤다”며 “그동안 검토해 온 것의 연장선상에서 볼 부분이나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쿄전력 측이 공개되는 자료는 다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면서도 “제공 시점에 차이가 있어서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자료는 바로 제공하기로 했고, 정리해야 하는 자료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점검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방사능 분석실험실, 삼중수소를 희석하기 위한 희석설비와 오염수 방출설비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또 바닷물과 오염수의 희석 방식과 알프스 처리 전후 농도분석 결과값에 대한 원자료를 확인하는 등 관련 설비의 구성을 점검한다. 25일에는 일본 관계자들과 함께 사후 총괄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날에는 도쿄 외무성에서 후쿠시마 제1 원전 시찰 항목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의 외무성, 경제산업성, 도쿄전력 관계자와 함께 4시간 동안 기술회의를 하며 후쿠시마 원전의 전반적인 현황을 점검했다. 시찰단은 유 단장을 비롯해 원전·방사선 전문가,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찰단의 현장 방문과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투명성 높은 정보를 내놓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는 대처를 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19∼21일 열린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인간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 기준과 국제법에 따라 수행될 IAEA의 독립적인 검증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전을 담당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도 “정중히 설명하겠다. ALPS 처리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 내 이해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한국 시찰단의 방일이 실현된 것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는 “드디어 냉정한 논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오염수 해양) 방출 설비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최후의 장벽은 국내외의 이해를 얻는 것”이라며 “정부 내에선 이번 시찰이 큰 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시찰단 방문을 그간 한국에 요구해 온 후쿠시마산 식품의 수입재개 계기로 삼으려는 속내도 드러냈다.

 

노무라 데쓰로(野村哲郞) 농림수산상은 각의(국무회의) 후 일본 언론과 만나 “한국은 후쿠시마, 미야기(宮城) 등 8개 현(縣·광역지방자치단체)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번 시찰은 처리수(오염수)의 조사가 중심이라고 들었지만, 수입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NHK 방송은 노무라 농수산상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로서는 수산물 등의 수입 중단 해제도 요청하고 싶다는 생각을 나타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2013년 9월 이후 현재까지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및 일본산 수산물 방사성물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찰단 비공개 활동… 국민 눈과 귀 가려… 형식적 견학으로 日에 오염수 방류 명분”

 

더불어민주당은 23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시찰단이 첫 일정부터 비공개로 활동하는 것을 두고 “무슨 죄라도 지었는가”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국민의힘이 2021년 오염수 방출 규탄 결의안을 발의한 것을 거론하며 “말을 바꿨다”고 여당을 직격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시찰단 파견 자체가 일본 오염수 방류에 명분을 주기 위한 ‘형식적 견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 연합뉴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무슨 숨바꼭질 놀이하러 일본에 갔는가”라며 “보이지도 않는 스텔스 모드로 시찰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우리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오염수를 보러 가야 하는데 장비만 보고 오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민주당은 시찰단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도 고려 중이다. 전날 박광온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과 협의해서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에 묻기 위해 시찰단을 국회에 출석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서 일반 시민 대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을 직접 받았다.

 

정의당도 이날 “충분한 안전 검증 전까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국제적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위선희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던 걸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환경·시민단체들은 시찰단에 민간 전문가가 제외된 것을 두고 “결론을 정하고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김영환 연구위원은 “국민 동의 없이 시찰단을 보낸 것부터 절차적 문제가 있고 실익도 없다”며 “시찰단이 독자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도 아니고, 일본 정부에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에 (오염수 방류) 명분을 세워주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변인희 활동가도 “민간 전문가도 제외된 시찰단이 결론을 정해 놓고 간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도 “시찰단이 향후 수십 년간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K4 탱크는 여러 탱크 중 하나일 뿐, 나머지 탱크 안에 있는 오염수까지 일반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