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업무협약’ 남발… 최근 4년 간 취소된 협약만 22건

부산시가 2021년 8월 ‘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현 코리아소더비인터내셔널리얼티)-소더비부산(현 동부산컨셉트테마파크)‘과 3자 간 체결한 업무협약(MOU)이 1년9개월 만에 결국 취소됐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MOU 체결 당사자인 코리아소더비인터내셔널리얼티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추진을 철회했다.

 

또 동부산컨셉트테마파크도 투자 약속 미이행을 이유로 코리아소더비인터내셔널리얼티와 결별하면서 사실상 협약내용 이행이 불가능해지자 부산시가 최근 협약 취소를 최종 통보했다.

 

협약 체결 당시 부산시는 박형준 시장이 보궐선거로 취임한 직후 세계적인 경매 브랜드인 ‘소더비’ 유치에 성공했다면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2만4193㎡부지에 지상 9층 지하 4층 규모의 ‘소더비 부산’을 건립하고 유명 미술 작품을 전시·판매하면서 첨단 기술과 자동차·문화예술 콘텐츠를 접목한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으나, 첫 삽도 뜨기 전에 사업 자체가 무산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시는 소더비 부산 건립을 위한 MOU에 대해 행정적 지원만을 약속했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나 손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협약 취소를 전격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민간단체나 기업 등과 체결한 업무협약이 중간에 중단되거나 취소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시가 2013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난 10년 간 외부 기관 및 기업들과 체결한 업무협약은 총 917건이다. 이 중 이번 소더비 사례 처럼 중간에 협약이 취소되거나 중단된 것은 MOU 취소 사례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올해 1월까지 22건에 이른다. 해당 기간 부산시가 체결한 MOU는 632건으로 확인됐다.

 

취소 또는 중단된 협약은 △외국 유명대학 유치 △국내외 유망 기업 유치 △금융블록체인 및 문화예술도시 조성을 위한 MOU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 외국 유명대학 유치에 나선 부산시가 영국 셰필드대학 및 코벤트리대학과 잇달아 MOU를 체결하고 부산에 해당 캠퍼스를 유치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사태와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국내 캠퍼스 추진이 전면 중단됐다. 또 2019년과 2020년 국내 유망 기업들과 체결한 투자 유치 MOU와 수영구에 문화예술도시 조성을 위한 MOU도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결국 부산시가 유명 경매 브랜드인 ‘소더비’를 유치하기 위해 무리하게 협약을 추진하다 빚어진 ‘MOU 남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춘희 부산경남미래정책 대표는 “이번 소더비부산 관련 업무협약 취소는 부산시가 박형준 시장의 치적 쌓기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다 빚어진 결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