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AI 시대… 돌이킬 수 없는 시작

미래사회 바꿀 수도… 이점 많지만 ‘충격’도 대비해야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0과 1의 코드로 계산하는 컴퓨터는 그냥 기계이지만, 기계가 말을 하게 된 순간 우리는 이 기계에 진짜 지능이 있는 건 아닐까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언어는 그만큼 인간을 다른 생물과 구별하는 중요한 도구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이나 다른 인간종을 누르고 지금의 현생인류가 된 건 언어의 힘이 크다고 봤다. 하라리가 지난해 AI가 쓴 서문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유다.

갑작스러운 신기술의 활약에 출판계에서는 관련 도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고, 기술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작게는 당장 학교에 리포트를 내거나 시험을 칠 때, 논문을 쓸 때 AI를 이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엄형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시간여행자’는 언젠가 현실이 될지도 모를 AI와 인간의 갈등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미래에서 온 다수의 시간여행자들은 죽음을 앞둔 인간을 그릇으로 빌려 사회 곳곳에 침투한다. 핵전쟁 등으로 인간이 살기 힘든 땅이 돼 버린 지구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역사적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서다. 작전은 ‘디렉터’가 지휘하는데, 드라마의 중간쯤 인간이 아닌 AI라는 게 밝혀진다. 그러나 현재를 바꿔도 미래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AI의 판단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시간여행자에 등장하는 AI는 챗GPT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인공지능)다. 지금 AI는 학습을 통해 챗GPT나 바둑기사 ‘알파고’, 체스 기사 ‘알파제로’같이 어떤 한 분야에만 특화돼 있다. 학자들은 언젠가는 이런 각각의 AI가 하나로 합쳐진, 그야말로 전지전능하고 세상 모든 일에 통달한 AI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AI 이후의 세계’를 집필한 헨리 키신저와 에릭 슈미츠, 대니얼 허튼로커는 AGI가 등장했을 때, 인간과 AI의 판단 중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지에 관해 묻는다. 예를 들어 AI가 자국민 보호와 국가의 부강을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다면, 인간은 다수의 희생이 우려되는 이 선택을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AI가 그간 인간이 풀지 못했던 다양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불치병 치료제를 단기간 내에 개발하거나 우주 개발, 에너지 효율 극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는 인간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처음 핵무기를 개발한 뒤 그랬던 것처럼 인간이 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있다. 특히나 인간은 아직 AI가 학습하게 만들 순 있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대답을 내놓는지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이 AI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AI가 인간과 기계를 구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 이상, 학교에 제출된 리포트가 인간의 것인지 기계가 쓴 것인지 구별하는 건 힘들다. 따라서 AI를 기술적 관점이 아닌 사회적·철학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나 소사회적으로는 AI에 의존했을 때 인간의 가치가 어떻게 될지를 논의하고 교육해야 한다. 개인이 AI라는 거대 존재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가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어디까지 AI를 활용할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AI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학습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