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에 대걸레로 맞고서도 “특수폭행 아니다” 진술 번복…알고보니 선처 요구하며 스토킹

60대 男 A씨, 40대 애인 B씨 폭행하며 대걸레로도 구타

피해자 “살려주세요” 외치기도…정작 경찰 조사에서는 진술 번복

사건 넘겨받은 검사의 추가 조사에 B씨 “A씨가 처벌불원 종용하며 스토킹”
광주고검·지검 청사 전경. 광주=뉴시스

 

애인을 대걸레로 폭행한 60대 남성이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서 제출을 요구하며 스토킹을 해오다 이 사실이 발각돼 기소됐다.

 

25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17일 광주지검은 63세 남성 A씨를 특수상해·상해·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 3월4일 광주 북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애인 B씨(46·여)를 폭행한 뒤 주거지로 끌고 올라가 방 안에서 대걸레로 구타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B씨가 대걸레로 구타당했다는 동네 이웃의 진술을 확보했고, 피해자의 몸에 남겨진 폭행 정황도 사진으로 촬영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대걸레로 구타당하다 “살려달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그런데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며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광주 북부경찰서는 같은달 27일 A씨에 대해 폭행은 불송치, 특수상해에 대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기록을 검토하던 광주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김가현 검사(30·변시 10회)는 B씨의 진술 번복에 이상함을 느껴 그녀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김 검사의 수사 결과, A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B씨에게 전화 84통을 걸고 문자메시지를 68회 발송하며 ‘처벌불원서를 써주면 더이상 연락하거나 찾아가지 않겠다’고 종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A씨의 이러한 행동으로 어쩔수 없이 진술을 번복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초에는 A씨가 자신을 발로 차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5주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추가로 진술했다.

 

아울러 김 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이전에도 다른 애인을 폭행한 뒤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서를 요구해 형을 낮춰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B씨에 대한 폭행 수사가 진행되던 중 과거 연인이었던 다른 여성을 벨트 버클로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1심에서는 피해 여성이 처벌불원을 원해 벌금형이 선고됐다.

 

A씨는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이후 출석요구를 받자 B씨에게 ‘검찰청에서 연락온 게 있냐. 처벌불원서를 다시 제출하라’는 취지로 연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김 검사는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B씨를 피고인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판단에 지난 3일 직구속영장을 청구했고, A씨는 11일 구속됐다. 이후 추가 범행을 인지 및 수사해 17일 A씨를 특수상해와 상해,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김 검사는 B씨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도 의뢰했다.

 

김 검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년 전 임관한 이후 송치사건을 보완수사해 피의자를 처음 직구속한 사건”이라며 “교제폭력의 경우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피의자와 분리되지 않으면 보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앞으로도 면밀하게 관련 사건을 검토하며 수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