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월평균 소득 사상 최초 500만원 돌파했지만... 고물가에 실질소득은 1년 전 수준

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구당 월평균 소득 505만4000원으로 조사
소득 가장 많은 5분위는 전년 동기 比 6.0 증가...가장 적은 1분위는 3.2% 느는데 그쳐

 

2023년 1분기 우리나라의 가계소득이 사상 최초로 500만원을 돌파했지만, 물가 역시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실질소득은 변함이 없었다.

 

특히 1분위 소득보다 5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두배 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분배지표는 상대적으로 악화했다.

 

통계청이 25일 내놓은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역대 처음이다.

 

다만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하면서 실질소득에는 변화가 없었다.

 

소득항목별로는 근로소득(8.6%), 재산소득(18.2%)이 증가한 반면 사업소득(-6.8%), 이전소득(-0.9%)은 감소했다. 이전소득에선 공적이전소득이 2.6% 줄었고 사적이전소득은 3.1% 늘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득원천 중 가장 큰 비중인 근로소득이 취업자 증가, 임금 상승 등 영향으로 2021년 1분기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면서 8분기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며 “반면 사업소득은 인건비와 재료비, 이자 등이 증가하고 전년비 기저효과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분했다.

 

이어 “이전소득은 2021년 1분기 방역지원금, 소상공인 손실 보상금 등의 정부 지원 효과가 올해 1분기에 없어지면서 0.9%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분위별로는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늘었으나, 5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분배지표는 악화했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7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8만3000원으로 같은기간 6.0% 늘었다.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45배로 전년 동기(6.25배) 대비 0.25배포인트(p) 증가했다.

 

이 과장은 "통계적으로 5분위 소득 증가율이 1분위보다 상회하면서 분배지표가 악화됐다"며 "5분위 소득이 증가한 것은 취업자, 상용직 근로자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근로소득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가계 지출은 388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1% 늘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음식·숙박(21.1%), 교통(21.6%), 오락·문화(34.9%), 주거·수도·광열(11.5%) 등에서 지출이 크게 늘었다. 반면 식료품·비주류음료(-2.9%)는 감소했다.

 

이 과장은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며 "교통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차량 출고가 많이 안 됐었는데, 그게 풀리면서 차량 구입이 늘었고 오락·문화는 단체 여행비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1분기 가계의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6만3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특히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42.8% 증가하면서 2006년 조사방식 변경 이후 전분기를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구간이전지출(6.6%),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20.0%) 등도 늘었다.

 

지출이 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늘면서 가계 수지가 악화되었다. 1분기 처분가능소득은 399만1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지만, 흑자액은 116만9천원으로 같은기간 12.1% 감소했다.

 

분위별 흑자액을 보면 1분위는 46만1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47.2% 확대되었다. 1분위 흑자액 감소율은 2006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최저치. 5분위는 374만4천원으로 같은기간 9.0%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가계의 소득이 증가했지만 물가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못했기 때문. 또한 가계의 비소비지출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