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9달러, 일본과 미국은 각각 425달러, 3007달러였다. 지난 60년간 일본은 우리와 비슷해졌고, 무려 38배 차이 나던 미국과의 격차는 2배 이내로 줄었다.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는 1인당 GDP 90달러 시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500달러 무렵 근대화 주역으로 산업화를 이끌었다. 그들은 수출 100억달러, 1인당 GDP 1000달러 시대를 만들었으며,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가 되었다. 1인당 GDP 1900달러의 시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1994년 1만달러 시대가 열렸으나 대학에 입학하던 무렵 외환위기를 만나 8000달러로 추락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인 1950년대 세대는 외환위기로 파산하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40세를 넘긴 이들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후 최초의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으며, 그 무렵 직장에 진입한 30대 초중반 ‘386세대’는 40대들이 비워 놓고 간 자리에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직장에 들어간 386세대의 아이들이 ‘Z세대’들이다. 그들은 1인당 GDP 2만달러 시대에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소비하며 40명이 넘지 않는 교실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보냈다. 민주화된 교정에서 군사훈련(교련)과 단체기합 없는 학창생활을 보냈으며, 학교가 강제하는 야간 ‘자율’학습 대신 각자의 처지에 맞는 학원에서 사교육 세례를 받았다. Z세대 부모는 독재와 독점에 저항하며 만들어 놓은 기득권을 활용해 자녀의 스펙과 자기소개서를 만들었으며,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을 넘겨줄 방법에 몰두했다. 교육의 장은 경쟁이 지배하는 토너먼트의 각축장이자 기득권 재생산의 공간이었다.
2017년 우리는 1인당 GDP 3만달러에 진입, 개발도상국 지위를 탈출해 선진국에 진입한 첫번째 국가가 되었다. 2021년 기준 1인당 GDP는 3만4984달러이며, 최저임금은 1만9000달러 수준이다. 성장의 크기만큼이나 그림자도 길고 깊다. Z세대 부모가 열망했던 것은 정치적 민주주의, 공정과 정의가 지배하는 시장, 국민경제의 성과를 모두가 향유하는 복지사회였지만, 정작 그들이 만든 세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어 이동이 불가능한 분단사회였으며, 그 공간에서 계층 간 분절과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