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실용급 위성 발사체로서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목표 궤도에 위성들을 안정적으로 내보냄으로써 한국의 우주 수송 능력을 입증했다. 민간 기업이 ‘발사’ 과정에 처음으로 참여하면서 민간우주시대에 더 가까워졌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5일 “독자 개발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음을 보고드린다”며 “발사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위성 운영과 우주 탐사까지 우리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이륙했다. 발사 123초 뒤 1단을 분리하고 2분여 뒤 2단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누리호는 오후 6시37분쯤 목표 고도 550㎞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 분리에 성공했으며, 이후 20초 간격으로 져스텍,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 도요샛 위성을 사출했다. 도요샛 4기 중 1기는 사출 여부를 확인 중이다. 누리호는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궤도를 돌다 오후 6시42분 비행을 마쳤다.
2010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누리호는 1.5t 위성을 싣고 600∼800㎞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 발사체다. 2021년 1차 발사 실패 후 지난해 2차 발사에서 비행과 위성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고객(위성)’이 원하는 시간과 위치에 ‘운반’할 수 있는 기술력을 증명해 상용 발사 서비스 가능성을 열었다.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운용 전 과정에 참여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기술이전으로 설계부터 제작·운용까지 가능한 한국판 ‘스페이스X’의 등장이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발사가 성공하자 “우리가 우주 산업 분야에서 그야말로 G7에 들어갔다는 신호”라며 “전 세계에서 자체 제작한 발사체로 자체 제작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을 포함해 7개 나라밖에 없다. G7 국가에서도 미국, 프랑스, 일본 3개국뿐”이라며 평가했다. 이어 “정말 벅차다”며 “우주과학이 모든 산업에 선도 역할을 하는 만큼 이제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첨단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눈이 확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굉음 내며 1분 만에 구름 너머로… 분리 성공 소식에 환호
“3, 2, 1. 발사!”
25일 오후 6시24분. 굉음과 함께 누리호 1단 엔진에 힘찬 불꽃이 튀어 올랐다. ‘위성 손님’ 8기를 태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사상 첫 실전 비행길에 오른 순간이었다. 무게 200t, 길이 47.2m의 거대한 몸을 이끌고 누리호는 무서운 기세로 날아올랐다.
누리호는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아 1분여 만에 구름 뒤로 모습을 감췄다. 1단 엔진 정지, 페어링 분리 성공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질 때마다 안도와 환호가 이어졌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모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직원들과 취재진은 손에 땀을 쥐며 누리호의 비상을 지켜봤다. 국민 모두가 박수와 함성으로 누리호의 성공을 염원했다.
전날 컴퓨터 간 통신 이상 문제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난 누리호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발사 예정 시각을 불과 3시간여 앞두고 발사 준비 자동 제어 시스템과 발사대 장비 제어 시스템에 연결 이상이 발생하면서 누리호의 비상은 하루 늦춰졌다. 연구진은 오전 5시까지 6차례의 반복 실험을 마쳤고 밤샘 끝에 복구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누리호 발사 재시도 브리핑에서 “발사대의 헬륨 저장 탱크와 지상 장비 시스템을 제어하는 장치에서 명령어가 순차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해당 장치의 제어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다른 하드웨어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상 상황 역시 누리호의 편이었다. 이날 누리호가 날아오른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는 햇빛이 내리쬐는 맑은 날씨를 볼 수 있었다.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발사관리위를 열고 기술적 상황과 기상 상황, 우주 물체와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한 뒤 재발사를 결정했다.
누리호는 전날과 같은 시각인 오후 6시24분 비행길에 올랐다. 하루 전날과 같은 시각에 발사된 이유는 이때 누리호에 탑재된 메인 위성인 ‘차세대 소형 위성 2호’가 태양 에너지를 항상 받을 수 있는 여명·황혼 궤도에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차례 아쉬운 기다림이 있었던 만큼 누리호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나로우주센터에서 15㎞ 떨어진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는 누리호 3차 발사 장면을 직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렸다. 수원에서 온 서모씨는 “아이와 함께 역사적인 누리호 발사 광경을 보기 위해 어제부터 기다리다 발사가 취소되어 발길을 돌렸다”며 “오늘은 그 기다림이 허탈하지 않도록 누리호가 아무 이상 없이 우주를 향해 높이 비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에서 가족과 함께 온 이모씨도 “눈앞에 세워진 누리호를 직접 보고 발사하는 장면까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분들과 함께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