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전화가 연결되지 않더라도 29차례의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긴 경우 스토킹 행위로 보고 처벌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의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이달 18일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전화를 걸어 피해자 휴대전화에 벨 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전화 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연인 관계이던 피해자와 돈 문제로 다툰 뒤 휴대전화 번호가 차단당하자 9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29차례 전화한 혐의(정보통신망법·스토킹처벌법 위반)로 기소됐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지만 일부 공소 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갈렸다.
1심 법원은 A씨가 보낸 문자와 전화 모두 스토킹 행위라고 봤다.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 전화 기록으로 남았더라도 피해자가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은 200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긴 행위는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즉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를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례 기준이 된 2005년 대법원 판례는 스토킹법이 제정되기 전이어서 정보통신망법으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던 시절의 판례였다. 이후 2021년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부재중 전화 기록이나 벨 소리를 남기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하급심 판례가 생겨났다.
이번 대법원 역시 이 같은 경우를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이번 판결에서 처음으로 명시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송신되는 음향 자체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만,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말·음향·글 등을 도달하게 하면 족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