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한 언론인 출신의 소설가로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낸 최일남씨가 지난 2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193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생이던 1953년 잡지 ‘문예’에 단편소설 ‘쑥 이야기’가, 1956년 ‘현대문학’에 역시 단편소설 ‘파양’이 추천되며 등단했다. 고인은 작품을 통해 정치권의 위선과 횡포, 지식인의 타락을 꼬집었다. 또 도시로 이주한 촌사람들의 애환과 산업화의 그늘을 토착어로 묘사하는 등 개성적인 문체로 사회 부조리를 비판했다.
‘서울사람들’(1957), ‘타령’(1977), ‘홰치는 소리’(1981), ‘누님의 겨울’(1984), ‘때까치’(1994), ‘아주느린시간’(2000), ‘잊을수 없는 밥 한 그릇’(2015), ‘옥상의 민들레꽃’(2020) 등 다수의 단편집을 출간했다.
‘거룩한 응달’(1982), ‘하얀손’(1994), ‘국화밑에서’(2017) 등 장편 소설과 ‘말의 뜻 사람의 뜻’(1988), ‘정직한 사람에 꽃다발은 없어도’(1993),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2006) 등 에세이도 여러 편 썼다.
1975년 월탄문학상을 시작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이상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무숙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었다. 2001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이듬해 예술인으로서 최고 영예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언론인으로서의 삶도 빼놓을 수 없다. 1959년 민국일보와 1962년 경향신문을 거쳐 동아일보 편집부국장과 문화부장을 겸하던 1980년 신군부의 언론탄압으로 해직당했다. 이 기간 해직언론인협의회 회장을 맡은 고인은 4년 만에 동아일보로 복직했고, 민주화 이후 1988년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자 옮겨 4년간 논설고문을 지냈다. 1995년 장지연언론상을 받았고, 1997년 발표한 ‘만년필과 파피루스’에는 언론계에 대한 고인의 뼈아픈 고백과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유족으로 1남1녀와 사위, 며느리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9시, 장지는 성남 영생관리사업소. (031)787-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