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전세 6개월새 4만6800건, 시장 혼란 막을 대책 서둘러야

주택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내년 9월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공포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일보가 KB부동산 월간 평균전셋값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셋값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내년 9월 전셋값 격차가 2년 전과 비교할 때 -3593만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연립·다세대주택은 전셋값 격차가 -4929만원에 이를 정도로 위험도가 크다.

역전세는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전세사기와는 결이 다른 ‘시한폭탄’이다. 최근 정부가 사회문제로 대두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등 긴급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역전세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크다. 25일 기준 최근 6개월간 발생한 역전세는 4만6821건으로 집계됐다. 자칫 집값이 전세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전세’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올해 4월 52.4%(102만6000가구)로 급증했다. 언제든지 깡통전세 사태로 비화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가격 하락 폭이 줄고 있다지만 13개월 연속 하락세다. 여기에 내달 전국에 4만2870가구의 아파트 입주물량과 3만6000여 가구의 분양물량까지 쏟아진다. 2021년 11월(4만7404가구)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많은 물량 폭탄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기준금리 급등과 집값 고점인식 등의 영향으로 집값·전셋값이 동반하락하는 상황에서 신규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전셋값 하락을 부추길 게 뻔하다. 최근 잇따른 전세사기로 인해 전세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수요까지 위축되는 형국이다.

전세계약이 개인 간의 거래라고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주택가격 하락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역전세 위기는 문재인정부 시절 임대차 3법이 불러온 부작용 탓도 적지 않다. 일정 부분 정부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전세기한 만료 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어떤 식으로든 돈을 구해야 한다. 역전세로 임대인이 돈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이 급증할 것이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전세 세입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규제 완화와 임차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보증금 예치제 도입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