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탈출’ 첫 항공편 인천공항 도착… 기내에선 박수 소리

악몽 같던 생활 벗어난 승객들 안도
귀국 편 못 구한 채 남은 관광객들 불안 여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엄청나게 강력한 태풍 ‘마와르’에 큰 피해를 당한 괌에 발이 묶였다가 29일 밤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들은 ‘악몽 같았던 생활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생각에서인지 크게 안도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괌 국제공항이 폐쇄된 지 일주일 만인 이날 오후 8시48분쯤 진에어 LJ942편을 타고 괌을 떠난 첫 내국인 승객 188명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태풍 '마와르' 여파로 폐쇄됐던 괌 국제공항에 발 묶였던 여행객들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공항에서 연합뉴스 등 취재진과 만난 이들은 그동안 괌 현지에서 겪은 고생을 토로했다. 가족과 함께 휴가차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박태홍(35)씨는 “결항 소식을 듣고 머물던 숙소를 연장하려 했으나 공항 근방에 있는 숙소들은 연장을 안 받아준다고 했다. 호텔 로비에 임산부와 아이들이 기약 없이 대기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친구와 함께 괌에 다녀온 조모(38)씨는 “호텔에서 쫓겨나 현지에서 빌린 차 안에서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 간신히 숙소를 잡았지만 단수로 목욕을 이틀에 한 번만 했다”고 말했다. 임신부 안모(33)씨 부부는 “방 내부 온도가 30도까지 올랐지만, 물이 끊기고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 물티슈로 몸을 닦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괌에 머무른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돼 마음을 졸였던 시민들도 일찌감치 공항에 나와 마중했다. 괌으로 여행 간 딸을 기다리던 최동기(61)씨는 “딸이 에너지바와 컵라면, 생수로 끼니를 때웠는데 그것도 구하기 힘들다고 했다”며 “송금하고 싶어도 단전 때문에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한국에서 괌으로 출발하는 우리 국적기는 총 11편이다. 진에어 LJ942편에 이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도착했다. 내일까지 2500명 정도가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에 맞춰 괌 정부 관광청은 귀국 승객들을 대상으로 주요 호텔에서 공항까지 무료 버스를 운행했으며 우리 교민들도 차량을 제공해 관광객들이 제때 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외교부 직원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도 이날 괌 현지에 도착해 생수를 나눠주고 응급환자 대응을 하는 등 출국 수속을 지원했다.

태풍 '마와르' 영향으로 괌에 고립됐던 한국 관광객이 괌 국제공항 운영 재개로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25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7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다는 이모 씨는 “너무 고생했지만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돌아가면 일단 깨끗이 씻고 에어컨 틀고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30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간다는 장모 씨도 “다시는 괌에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지만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아 좋은 추억도 있다”며 “특히 교민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갈 것 같다”고 현지 교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체 항공편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이 남아있고, 일부 승객은 갑작스레 비행기편이 변경되는 등 혼란은 계속됐다. 괌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은 3400명가량 된다. 

 

아직 귀국편을 배정받지 못한 관광객들은 예약해 놓았던 항공사별로 공개 채팅방을 열고 “31일 귀국 비행기 확정 문자 받으신 분 있으신가요”, “OO항공 고객센터 통화하신 분 내용 좀 공유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귀국편이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