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자막 아바타수어 번역…예산 부족에 상용화 난항 [심층기획-말뿐인 공용어…설 곳 없는 한국수어(手語)]

음성·자막 변환기술 완료 앞뒀지만
방송자막·수어 번역 개발 지지부진
“국어원 데이터 활용 시간단축 노력”

농인(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미디어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아바타(사이버 공간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캐릭터) 자동 수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방송 내용의 음성을 인식해 아바타가 수어로 표현해 주는 첨단 기술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업해 2019년 착수한 아바타 수어 사업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를 맡았다. 관계 기관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자막·수어 방송 자동 변환 기술을 2021년 시연했다. 올 연말까지 ‘음성-자막-수어 자동 변환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연계해 감성까지 표현하는 아바타 수어 방송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시연 때 밝힌 목표였다.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리 절차를 안내하는 아바타 수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수립한 ‘소외계층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 추진 사업의 일환이다. 사진은 ETRI가 개발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안내하는 아바타 수어 서비스. ETRI 제공

30일 방통위에 따르면 계획과 달리 아바타 수어 상용화가 1∼2년내로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예산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로 전반적인 작업 시간이 늦춰지면서다. 시스템 구성의 1단계인 음성-자막 변환 기술은 약 88% 완료됐으나 2단계인 자막-수어 변환 기술 개발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2단계까지 마치고 올해 고도화 작업 등 마무리에 들어가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수어가 제1언어인 농인에게 한국어는 외국어에 가깝다. 외국어를 독해하는 개념인 ‘한글 자막화’보다는 수어로 번역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이를 작업하는 2단계의 완성도가 이번 사업의 관건이다. 아직은 수어로 구현하지 못하는 단어가 많아 서비스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2021년부터는 자막을 아바타 수어로 구현하는 애니메이션 기능 등을 개발해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하나의 언어를 새로 만들어서 수어로 바꾸는 것이다 보니 음성을 자막화하는 것보다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더라”라고 말했다. 시스템을 개발 중인 TTA의 박동영 단장은 “수어 단어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을 지난해에 5000단어 정도, 올해도 그 정도 더할 계획”이라며 “국립국어원의 원천 말뭉치 데이터 등을 활용해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심층기획-말뿐인 공용어…설 곳 없는 한국수어(手語)]

 

<상> ‘소리강요사회’ 속 외면받는 수어 교육

 

① [단독] 무늬뿐인 장애학생 통합교육, 특수학교 재학 절반은 전학생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9509059

 

② ‘청능주의의 폐해’… 농인 95%가 10살 넘어 수어 배운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9509101

 

③ 전국 특수학교 192개교 중 농학교는 14곳 불과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9509100

 

<중> 수어통역, 법만 만들고 예산은 나 몰라라

 

④ [단독] 한 달 800건 넘게 수어 통역도… 격무에 이직 빈번 농인만 속앓이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0514742

 

⑤ TV자막 아바타수어 번역…예산 부족에 상용화 난항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0514732

 

<하> 문화 빈곤 시달리는 수어 사용자

 

⑥ [단독] 한글 단어에 수어만 연결 ‘반쪽 사전’… “유튜브 보고 배워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1516227

 

⑦ [단독] 청각장애인 10명 중 3명 “1년간 영화관람 못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1516226

 

<다하지 못한 이야기>

 

⑧ 침묵과 소리의 경계… ‘소리 없이 빛나는’ 코다(CODA)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3504469

 

⑨ 농인 수어통역사를 아시나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3505351

 

⑩ 0.0007%의 기회…장애인·비장애인 ‘같이’ 관람하는 ‘가치봄’ 영화 관람해보니 [밀착취재]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4500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