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현직 고위 간부들의 ‘아빠 찬스’ 의혹이 매일 새롭게 터져 나오고 있다. 북한 해킹 공격에 이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선관위가 ‘소쿠리 투표 논란’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한 모양새다.
◆채용 계획 단계부터 내정 의혹
이날 자녀 특혜 채용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송봉섭 사무차장의 자녀가 채용 계획 단계에서 이미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30일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실이 제출받은 충북 선관위의 ‘2018년도 경력경쟁채용 시험 실시 계획’ 문건에는 송 차장 자녀 A씨의 소속, 경력, 학력 등 인적 사항이 기재돼 있다. A씨는 충남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8년 ‘비다수인 대상 채용’ 방식으로 충북 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다. A씨 채용을 전제로 채용 절차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A씨는 채용 면접에서 면접위원 3명으로부터 모두 만점을 받았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날 경기 과천 선관위 청사에서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으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미 5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자녀의 선관위 재직 여부를 조사 중인데, 단순 조사를 넘어 채용 경위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만큼 선관위가 권익위 합동조사를 받아들여 그 범위와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이날 긴급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관위를 향해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고 정치적 독립성을 가진 기관인 만큼 권익위에서 선관위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실태조사, 전수조사에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셀프조사보다는 객관적인 (권익위의) 채용비리 통합신고센터를 이용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노 위원장도 이날 두 시간가량 긴급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권익위 합동조사를) 내부적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저희 기본 입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응할 때까지 그런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국민을 또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 국민께서도 믿어주시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 차장 등에 대해 특별감사위원회 감사 결과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내일(31일)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여당은 노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선관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에 대해선 공정이라는 잣대를 갖고 심판하는 입장에 있는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면서 이렇게 내부적으로 곪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면서 “내부 자체 조사가 아니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