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은 정찰위성 발사 실패, 南은 대피령 경보 우왕좌왕

31일 2단엔진 결함으로 서해 낙하
추가도발 시기 최대한 앞당길 듯
군사재난 민방위 매뉴얼 점검해야
뉴스 바라보는 시민들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발사체 관련 서울시 경보 오발령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군은 6시29분쯤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방향으로 발사된 ‘북 주장 우주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최상수 기자

북한이 또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어제 오전 6시29분경 평북 동창리 일대에서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를 남쪽 방향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7일 광명성호 이후 7년여 만이다. 우주발사체는 2단 엔진에 문제가 발생해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낙하했다. 북한 당국도 “천리마-1형이 정상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상에 추락했다”며 “결함을 보완해 빠른 시일 내에 재발사하겠다”고 했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하루빨리 군사정찰위성을 쏘아올려 한·미·일의 군사력 동향을 파악하고 타격수단을 정밀화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이번 도발은 대북 제재 일환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발사체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다. 북한이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용 발사체는 탄도미사일 발사체와 로켓이 같고 궤적 또한 거의 비슷하다. 한·미·일 3국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을 위반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발사를 감행했다”고 강력 규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2, 제3의 도발을 막으려면 정부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김정은 체제가 흔들릴 정도의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 예고에도 우리의 대응을 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와 서울시 종합방재센터 간 소통 부재로 인해 재난 대피문자가 잘못 발송되는 바람에 시민들이 무슨 재난인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급기야 책임 소재를 둘러싼 진실게임까지 벌어졌다. 정상이 아니다. 하기야 전국단위 공습 대비 민방위훈련이 6년 만에야 최근 재개됐으니 예고된 혼란인지도 모른다. 무슨 재난인지, 구체적 대피장소가 어딘지를 정확히 알리는 일본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실전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민방위 매뉴얼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대응수준이 이러한데, 어떻게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김정은의 핵장난질을 단념시킬 수 있을지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해 11월 영문도 모르는 사이렌 소리에 주민들이 우왕좌왕한 ‘울릉도 사건’을 벌써 잊었나. 한·미·일 3각 공조에 앞서 우리부터 대응에 한치의 허점도 용납돼선 안 될 것이다. 대북태세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