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조원 2만여명이 31일 서울 광화문부터 시청까지 거리를 채우고 도심 집회를 벌였다. 서울 외에도 13개 지역에서 민주노총의 ‘경고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캡사이신 분사’까지 경고했던 경찰은 오후 7시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추모문화제를 앞두고 민주노총이 분향소를 설치하려 하자 조합원 4명을 체포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경찰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오후 4시부터 광화문역 인근 세종교차로에서 시청역 시청교차로에 이르는 전 구간에 2만여명이 참석하는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 외에도 대구(2000명)·충남(2500명) 등 각지에서 1만5000여명이 참석하는 집회가 함께 개최됐다.
집회에 참가한 김기순(63) 의료연대 소속 장애인 활동지원가는 “우리의 권리를 얘기하는데 (정부는) 해결책을 같이 대화하지 않고 조폭(조직폭력배)으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동자를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국민 안위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못할 것이다.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집회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날 집회에 모인 이들은 최근 정부가 민주노총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이 아무리 싫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시위 자유를 박탈하겠다는 발상은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세종대로에 가변차로를 운영해 교통소통을 유지하고 집회 행진구간 주변에는 교통경찰 220여명을 배치했다. 노조 측이 신청한 집회 마감 시간인 오후 5시가 지나자 경찰은 집회가 계속 진행되는 것에 대해 집시법 제12조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하겠다고 집회 금지통고를 안내했다. 경찰이 실제로 집회 해산에 나서진 않아 양측 간에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오후 5시20분 자진 해산하며 종료됐다.
그러나 경찰과 민주노총은 오후 7시부터 예정됐던 양씨 추모문화제가 시작하기도 전 대치했다. 민주노총이 추모문화제 시작 25분 전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하자 경찰은 서울시 요청에 따라 강제 철거를 시도했다. 경찰은 분향소 설치와 도로 침범을 금지하며 조합원과 강하게 부딪쳤다. 경찰은 “무단으로 도로 점거하는 불법행위를 중단해달라” “공무집행 방해자는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했고 민주노총 측은 “경찰은 나가라” “왜 경찰이 분향소를 침탈하냐”며 반발했다. 경찰은 끝내 분향소를 차리려 준비한 천막을 강제 철거했고 이를 방해한 조합원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 중 3명은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진행된 추모문화제에서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광화문 인근에 수많은 추모 공간이 있고 전국에 20개 정도 양회동 열사 분향소가 있는데 유독 서울에서만 막는다”며 “경찰 강압수사에, 언론에, 또 다시 이날 세 번의 죽음을 맞게 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추모문화제 후 경찰청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강 수석부위원장 발언을 끝으로 8시20분쯤 구호를 외친 뒤 자진 해산했다.
이날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간부는 경찰 진압과정에서 머리를 다쳤다.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오전 5시30분쯤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 높이 7의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고 ‘하청업체 탄압 중지’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모 사무처장이 경찰봉에 부상을 입었다. 김 사무처장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