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조리부터 고객 소통까지 복합적 과정의 산물”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압도’ 이종근 셰프

체육 전공으로 다양한 식단 접하며 관심
식재료에 고정관념 없이 신선한 시각 접근
한우 전문 다이닝 ‘압도’ 숙성육 제공 이색적
사계절 장점 살린 제철 식재료로 메뉴 구성
어릴적 기억 담은 양념구이가 시그니처 메뉴
‘압도’의 이종근 셰프를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 편식이 심하고 먹고 싶은 음식만 먹다 보니 음식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중고등학생 시절 체육 전공을 하게 되었는데, 체중 관리를 위해서 다양한 식단을 접하면서 음식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지훈련도 많이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에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이종근 셰프

지역에 따라서 처음 보거나 생소한 음식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보면서 더욱 많은 호기심이 생겼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입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셰프는 학교, 학과, 유학, 해외근무 등 요식업 관련해서 경험이 전무하다. 이런 점 덕분에 오히려 식재료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신선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이 셰프는 고객과 직접 마주치고 서비스하는 일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객의 만족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만들기 전, 만드는 과정, 서브되는 과정,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졌을 때에 고객의 만족도가 최상에 도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다듬어내고 있다.

한우 양념구이

현재 근무 중인 압도는 한우 다이닝으로, 소고기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한우 다이닝의 특성상 고기가 메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 중에서도 메인 식재료로 등심과 안심, 업진살을 4주에서 6주간 숙성하여 준비된 숙성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계절의 변화가 확실한 우리나라 자연환경의 장점을 살려서 각 계절마다 나오는 풍부한 제철 식재료를 가지고 갖가지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 셰프의 첫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양념구이다. 어렸을 때 이 셰프의 부모가 해주시던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편식이 심하던 어린 이 셰프가 유일하게 잘 먹었던 음식이다. 양념구이는 이 셰프만의 시그니처 양념장으로 현재 압도에서 본식 코스로 준비되어 제공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양념구이지만 적당한 간과 익힘 정도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불호가 나뉘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 셰프의 양념구이는 그 중간 지점을 잘 잡아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우 등심구이

두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다양한 구이류. ‘등심의 꽃’이라 불리는 흉추 6∼9번 사이인 립아이를 사용해서 등심구이를 하고 있고, 안심 역시 최상급으로 사용하고 있다. 맛있는 구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식재료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식재료와 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료를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는 기본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좋은 재료를 쓰면 음식은 다 맛있는데 재료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선 신선해야 하기 때문에 장도 항상 직접 보며 섬세하게 체크하고 있다.

 

다이닝으로서 여러 가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각종 해산물도 제공하고 있으며, 임페리얼급 캐비어와 홋카이도산 우니를 같이 제공하고 있다. 맛에는 미(美)와 향(香)이 따라간다고 하듯이 각각의 본식에서 여러 가지 가니쉬와 이탈리아산 트러플도 같이 준비해서 제공하고 있다.

이 셰프에게 솔직하고 혹독하게 ‘가평(苛評)’하는 사람은 이 셰프의 자녀들로, 거침없는 평가는 이 셰프에게 또다른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국장은 자신 있는 메뉴는 아니었지만 직원들의 가평에 따라 여러 번의 시도와 노력 끝에 한국 토종 방식의 특색과 이 셰프만의 특징을 합쳐 완성해냈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하나의 코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이 셰프는 해보고 싶은 음식이 너무 많다 보니 신메뉴에 대해서 구상을 하고 현장에서 바로 요리를 해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 가지 음식을 하더라도 대충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진도가 느리더라도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고 생각한다.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고객 만족을 위한 품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재보다 더 나아지자는 마음으로 요리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항상 행복하지는 않다. 이 셰프는 기분이 울적하거나 집중이 잘되지 않을 때는 매체를 통해 음식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를 하는 편이다. 요즘은 정보가 쏟아지는 유튜브와 SNS에서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한 방법들을 접한다거나 새로운 방식의 조리법 및 새로운 식재료를 접할 때, 초심으로 돌아가 배울 수 있다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