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불, 흙, 공기 이 4대 원소 중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물 남자’와 ‘불 여자’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감정을 의인화한 ‘인사이드 아웃’으로 특유의 상상력을 보여 줬던 픽사가 이번엔 ‘엘리멘탈’로 관객과 만난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전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라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로 특별하다. 우선 올해 폐막작으로 칸영화제 무대를 밟았고, 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인 이민 2세 피터 손이 연출을 맡았으며, 한국인인 이채연 애니메이터가 작업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의상 디자인을 한국계가 맡는 등 애니메이션은 미국산이지만 한국인의 정서가 곳곳에 녹아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엘리멘트 시티에 발을 디딘 불 이민자 가족의 얘기로 시작된다. 엘리멘트 시티는 물 원소가 주축을 이루고 흙과 공기가 섞여 있는 도시로 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민자들의 도시임에도 이곳에서 불은 나무를 태우거나 물을 증발시키는 위험한 원소로 여겨지고, 살 집을 임대하기조차 쉽지 않다.
다만 그는 이 영화가 자신의 내면을 드러냈으면서도 한국인을 특정해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는 “파이어타운은 이민자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에는 한국인, 이탈리아인 등 이민자들이 각각 모여서 사는데, 그렇다고 이 파이어타운이 어떤 하나의 특정 문화를 레퍼런스로 삼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불 자체가 문화인 것”이라며 “자라면서 여러 민족 공동체가 잘 섞이면서 살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잘 섞이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 영화에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네 가지 원소라는 아이디어는 화학 시간에 봤던 주기율표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주기율표를 보면서 각 원소가 한 칸 한 칸 아파트에서 사는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회상이다.
영화는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는 한국 이민사를 떠올리게 하지만, 청년 세대나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도 동떨어져 있는 세계는 아니다. 원소들의 삶은 흥미롭고, 상극인 물과 불의 만남이 보여주는 화학적 작용은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