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는 세대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1980년대~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30대 선수들이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1985년생인 대한항공의 한선수는 2022~2023시즌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남자부에서 세터로는 최초이자, 나이로는 최고령 MVP였다. 1981년생 정대영은 2022~2023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얻어 총액 3억원에 GS칼텍스로 이적했다. 이처럼 10년 전에도 최고스타였던 선수들이 여전히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다. 새 얼굴들이 이따금 등장하고 있지만, 리그를 뒤흔들만한 스타로는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다.
1일 강원도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에서 열린 2023 한국배구연맹(KOVO) 통합 워크샵에서도 세대교체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이번 포럼엔 이탈리아의 미들 블로커 출신의 안드레아 가르디니(58)와 아웃사이드 히터 로렌조 베르나르디(55)가 참석해 배구와 관련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둘은 15년 이상 이탈리아 국가대표를 지내며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과 다수의 FIVB(국제배구연맹) 주관 대회를 휩쓸었다. 이에 힘입어 FIV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가르디니는 폴란드 남자 클럽팀만 10년 이상 맡아왔고, 베르나르디는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등에서 클럽팀을 지도한 경력도 있다.
가르디니와 베르나르디에게 세대교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쉽게 이뤄지지 않지만, 모든 감독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공감했다. 가르디니는 “세대교체는 빠르게 이뤄지기 쉽지 않다. 특히 특정 세대개 오랜 기간 리그를 지배할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베르나르디도 “모든 감독들이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정답은 없다”면서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감독이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을 함께 그룹으로 묶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감독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역시 하부리그 운영이었다. 가르디니는 “이탈리아엔 슈퍼리가 외에도 B,C,D 등 다양한 레벨의 하부리그가 있다. 이런 기반이 갖춰져야 프로팀과 대표팀도 살아난다”면서 “전반적인 인프라 확장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배구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많이 갖춰져야 배구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세대교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르나디니도 “젊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레벨을 올려가며 점진적으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세대교체라는 것은 손쉽게 할 수 없다. 몇 년에 걸쳐 준비를 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젊은 선수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탈리아 두 지도자와 함께 포럼에 참여한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도 “배구의 전반적인 저변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 연습 강도도 떨어지고, 경기력도 떨어진다. 그렇다보니 기존 선수들에게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유소년 리그나 2부 리그 운영이 잘 되는 이탈리아가 부럽다. V리그 특성상 한국은 젊은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기가 쉽지 않다. 젊은 선수들이 부담감과 비난을 잘 버티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