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 보고 싶었다”… ‘또래 여성 살인’ 피의자는 23살 정유정

부산경찰청 신상공개 결정

20대 여성 살해·시신 훼손·유기
경찰조사선 “우발적 범행” 일관
가족 설득 끝 검거 5일 만에 진술

고교 졸업 후 직업 없이 고립 생활
정신질환 치료는 받은 적 없는 듯
경찰, 상담 분석·사이코패스 검사

부산에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부산경찰청은 1일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26일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는 정유정(23·사진)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공개했다. 범죄의 중대성·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해 정유정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다. 부산경찰청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 것은 2015년 10월5일 ‘부산 서면 총기 탈취범’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정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하는 것 말고는 진술을 거부했다. 경찰과 가족의 설득 끝에 전날 “살인해 보고 싶었다”며 범행 동기를 진술하면서 자백했다. 경찰은 평소 살인 등 강력범죄 사건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과 서적 등에 심취했던 정유정이 살인 충동을 느끼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전화 감정(포렌식)과정에서 정유정이 범행 3개월 전인 지난 2월부터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등을 검색한 데 이어 지역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을 빌려본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30분쯤 교복 차림으로 부산 금정구에 있는 A씨 집을 찾아가 살해했다. 체구가 작은 정유정은 중고 온라인 장터에서 산 교복을 입은 채 범행 당시 만난 A씨에게는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속인 뒤 대화를 나누다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은 과외 학생과 교사를 연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혼자 사는 여성을 물색한 뒤 A씨에게 자신을 학부모로 속이고 “아이를 집으로 보낼 테니 가르쳐 달라”고 요청해 만남 약속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정은 살해 후 마트에서 흉기와 락스, 비닐봉지 등을 구입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가방을 챙긴 뒤 다시 A씨 집으로 가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정은 27일 오전 0시50분쯤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택시에 여행용 가방을 싣고 평소 산책을 자주 갔다던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 풀숲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완전 범죄를 꿈꾼 정유정은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A씨의 휴대전화와 지갑, 신분증 등을 함께 챙겨 나왔으나 정유정을 태운 택시기사가 새벽 시간 여성이 피 묻은 여행용 가방을 옮기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탄로났다.

 

정유정은 범행 현장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때 옷을 갈아입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경찰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정유정은 함께 사는 가족이 있지만 고교 졸업 후 주변과 별다른 교류나 직업 없이 고립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 전 범행을 저지르거나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온라인 앱을 통해 알게된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일부를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정유정(23)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정씨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은 평소 사회적 유대 관계는 전혀 없었고, 폐쇄적인 성격에 고교 졸업 이후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며 “프로파일러 심리상담에 이어 관련 진술을 분석하고 있으며 사이코패스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살인과 시신유기 등 대략적인 계획이 있었다”며 “범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범행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며 “살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일 정유정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정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죽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