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이 모두 3%대로 내려섰다. 지표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도 4% 선이 깨진 것이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은 덜게 됐지만, 2년 가까이 이어진 통화 긴축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 흐름이 약화하면서 다시 가계대출 확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2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910∼6.987% 수준이다. 지난달 12일(연 4.090∼6.821%)과 비교했을 때 하단 금리가 0.180%포인트 더 떨어졌다.
지난달 15일 공시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 대비 0.120%포인트(3.560%→3.440%) 낮아진 데다 은행권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는 늘린 점 등이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코픽스는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안정세를 보이자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4월(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2021년 12월(3649억원 증가)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1052조3000억원)은 이미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늘어나 4개월 만에 증가 전환됐다. 지난달에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은 2개월 연속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내부에서는 디레버리징 흐름이 약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과 최인협 한은 정책총괄팀 과장은 지난달 30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향후 정책 운영 여건의 주요 리스크 요인’ 글에서 “주택 가격 수준은 여전히 고평가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디레버리징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세 속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이달 금리(일반형 연 4.15∼4.45%, 우대형 4.05∼4.35%)는 동결돼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하단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게 됐다. 단, 저소득청년·신혼가구·사회적 배려층은 우대금리가 적용돼 최저 연 3.25%∼3.55%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