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시한폭탄에 대한 근본적 해법으로 거론되는 전선 지중화(地中化) 사업은 국토 면적, 인구 규모, 도시 밀집도에 따라 각국 상황이 너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선진 주요국은 현재 자국 사정에 맞는 전선 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은 1980년대부터 지속해서 가공(架空:공중에 설치됨) 송·배전선로를 없애고 선로를 땅속에 묻는 무전주(無電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 사이의 전력이동이 잦은 유럽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지중 송전선로가 건설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한 ‘가공 송전선로 최소화 및 지중화 정책수립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진과 태풍으로 송·배전망이 손상돼 전력 공급이 중단되거나 화재 발생, 구호·복구작업 난항 등 2차 피해가 이어지자 1980년대부터 송·배전선로의 지중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1980년부터 3기(期)에 걸쳐 ‘전선류지중화계획’을 수립·추진했으며 이후에도 2004년 ‘무전주화 추진계획’, 2009년 ‘무전주화 가이드라인’ 등 지속적인 송·배전선로의 무전주화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송전선로는 2020년 기준 전체 17만9732c-㎞(서킷킬로미터:선로길이×회선수) 중 약 15.3%인 2만7434c-㎞가 지중화돼 있다. 특히 수도 도쿄도(都)의 경우 전체 7625c-㎞ 중 약 92.6%(7059c-㎞)가 지중선로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