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태풍 잦은 日 도쿄 전선 지중화 93%… 유럽, 국가 차원 지중 송전선로 건설중 [연중기획-안전이 생명이다]

해외 사례 살펴보니

머리 위의 시한폭탄에 대한 근본적 해법으로 거론되는 전선 지중화(地中化) 사업은 국토 면적, 인구 규모, 도시 밀집도에 따라 각국 상황이 너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선진 주요국은 현재 자국 사정에 맞는 전선 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은 1980년대부터 지속해서 가공(架空:공중에 설치됨) 송·배전선로를 없애고 선로를 땅속에 묻는 무전주(無電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 사이의 전력이동이 잦은 유럽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지중 송전선로가 건설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봇대가 없는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도로. 치렁치렁 늘어진 전선도 없어 쾌적한 느낌을 준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한 ‘가공 송전선로 최소화 및 지중화 정책수립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진과 태풍으로 송·배전망이 손상돼 전력 공급이 중단되거나 화재 발생, 구호·복구작업 난항 등 2차 피해가 이어지자 1980년대부터 송·배전선로의 지중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1980년부터 3기(期)에 걸쳐 ‘전선류지중화계획’을 수립·추진했으며 이후에도 2004년 ‘무전주화 추진계획’, 2009년 ‘무전주화 가이드라인’ 등 지속적인 송·배전선로의 무전주화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송전선로는 2020년 기준 전체 17만9732c-㎞(서킷킬로미터:선로길이×회선수) 중 약 15.3%인 2만7434c-㎞가 지중화돼 있다. 특히 수도 도쿄도(都)의 경우 전체 7625c-㎞ 중 약 92.6%(7059c-㎞)가 지중선로로 구성돼 있다.



독일은 송전선로(220㎸) 총 3만6731c-㎞ 중 0.4%만이 지중화돼 있지만 배전선로(110㎸)의 경우 지중화율이 80%에 달한다. 도시 지역에 설치돼 각 가정으로 들어가는 배전선로는 대부분 지중화가 이뤄진 셈이다. 최근 탈원전에 돌입한 독일은 전력부족에 대비한 원활한 송전망 구축과 지중 송전선로 확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들은 국가 간 송전망 연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이 과정에서 국가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사부아 지역과 이탈리아 피드몬트주를 연결하는 320㎸의 고압직류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영국은 2016년 노르웨이와 송전망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해 2021년 완공했다. 이 사업의 송전망의 총 공사길이 1450㎞ 중 730㎞가 해저 지중선로다. 이 사업은 프랑스∼이탈리아 송전망 사업처럼 국가 간 연결이 이뤄지는 대규모 사업이다. 공사비용은 21억유로(약 3조원)이며 유럽투자은행(EIB)의 재정적 투자 8억8000만유로(1조2500억원)를 통해 사업이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