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놓고 지역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몇 안 되는 1급 상당(인구 50만 이상) 구청장 자리인데다 내년 4월 총선(국회의원선거)의 ‘전초전’ 격 선거인 만큼, 여야 중앙당 차원에서도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다만 후보군이 제한적인 국민의힘과 두 자릿수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온도차가 감지된다.
5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오는 10월11일 치러진다. 앞서 대법원이 지난달 18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태우 전 청장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그의 피선거권이 상실되며 강서구청장직이 궐위됐다. 공직선거법엔 3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지방자치단체장선거는 같은 해 10월 첫 번째 수요일(선거일 전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 주 수요일)에 실시한다고 규정돼 있다.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은 이달 30일(선거기간 개시일 전 90일)부터 시작한다. 선거일 현재 계속해서 60일 이상 강서구에 주민등록이 돼있고, 일정 요건을 갖춘 18세 이상 국민이 등록할 수 있다. 이후 각 당의 공천 등 과정을 거쳐 오는 9월21∼22일에 후보자 등록신청을 받는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9월28일부터다. 사전투표는 10월6∼7일이다.
김 전 청장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선 출마 후보군으로 현직 당협위원장과 전직 시·구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건 강서구청 공무원 출신인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이라고 한다.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도 강서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과 황동현 전 강서구의원 등도 거론된다. 모두 ‘지역밀착형’ 인사로 평가되지만 당 안팎에선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새나온다.
강서구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데다 이번 보선이 치러지게 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선거전략 수립이나 공천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강서갑·을·병 현역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김 전 청장의 전임자인 노현송 전 강서구청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3월 대선(대통령선거) 때는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9.17%를 득표하며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46.97%)을 앞질렀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결국 ‘인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지선 땐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시 민주당 송영길 후보에 56.09% 대 42.11%의 대승을 거둔 바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인 유경준 국회의원은 “이번엔 재·보궐선거가 한 곳에서만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아마 중앙당에서 공천할 것”이라며 “우리가 불리한 선거라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니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후보군 난립으로 ‘각축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지선 때 당 강서구청장 후보로 나섰던 김승현 전 청와대 행정관과 장상기 전 서울시의원, 김경 서울시의원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이들은 각각 강서갑·을·병 현역 국회의원들의 직·간접적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은 강서을 진성준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장 전 시의원은 강서병 한정애 국회의원이 돕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시의원 지역구(강서1)는 강서갑 소속이다. 이밖에도 최동철 현 강서구의회 의장, 김용연 전 서울시의원, 이현주 강서미래포럼 대표 등이 언급된다.
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이번 보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면서도 “다만 강서는 국회의원 지역구가 갑·을·병으로 세 개나 되는데, 그만큼 역학구도가 복잡하고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조정이 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중앙당이 이른 시일 내에 교통정리를 해줘야 ‘이기는 후보’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