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격이 운명’이란 말을 자주 쓰고 생활 속에서 절절히 실감하기도 한다. 재테크 노하우도 성격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성실하지만 융통성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 친구 A의 재테크 방법은 오직 은행 이용이다.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 나는 예금 이자를 비교하지도 않고 집 가까운 은행만을 이용한다. 가끔 은행에서 단골 고객에게 주는 치약, 칫솔이나 주방세제를 받을 때마다 A는 행복해한다. 그 은행에서 몇 년 전부터 연말이 되면 A의 이름 석 자가 또렷이 새겨진 빨간 수첩을 선물한다. 금박으로 은행 이름이 새겨진 수첩 앞면에 개인의 이름이 쓰여 있다는 게 경이로웠지만 무엇보다 돈의 규모보다 몇십 년을 꾸준히 이용한 단골 고객을 우대하는 은행이 멋져 보였다.
‘재기발랄하지만 산만하다’라는 말을 학창시절부터 들어 온 친구 B의 재테크 원칙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이다.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재테크를 한다. 주식과 적립식 펀드, 그리고 예금 이자가 높은 곳을 찾아다닌다. 주식은 오직 국내 우량주인 OO전자 주식 하나만 매수하며 국내 상위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진 적립식 펀드만 가입한다. 증권회사 담당 직원이 수익성 높다며 개별 종목을 추천할 때마다 B는 정중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지만 단 한 번도 새로운 종목을 매수한 적이 없다. B는 정기예금에 가입할 때마다 야무지게 이자를 비교·분석한다. 새마을금고나 신협의 특판 정기예금을 잘 찾아낸다. 매번 경영평가 등급을 확인하고 한자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영업을 했는지를 직원에게 반드시 물어본다. 정기예금은 주거지와 상관없기 때문에 B는 서슴없이 기차를 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