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들어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치중하면서 ‘한·중 관계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국가안보실이 향후 중국과의 양자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을 대하는 미국 등 서방의 정책 기조가 국제 경제 무대로부터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뜻의 ‘디커플링’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만 제거한다는 의미의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한·러 관계가 크게 악화한 것이 현실이다. 국가안보실은 대러 외교정책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거론하면서도 “한·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은 7일 ‘윤석열정부의 국가안보 전략’ 책자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책 서문에서 “국민과 국제사회에 우리 국가안보 전략 방향을 소상하게 소개하여,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국론을 결집하고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국가안보 전략의 구체적 내용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별도의 브리핑에서 소개했다.
대러 외교와 관련해 국가안보실은 “전례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의 대러 외교정책도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어 “국제규범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여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펴는 등 국제공조에 긴밀히 동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국가안보실은 “러시아와의 협조가 필요한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외교적 소통을 지속하겠다”며 “대러 제재로 인한 우리 경제와 러시아 진출 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감염병과 더불어 사이버 해킹을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으로 규정한 국가안보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명 ‘사이버안보법’ 제정을 강력히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이 법안은 국가 사이버안보 정책을 심의하고 대통령에게 자문할 수 있도록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를 설치해 사이버안보에 대한 비전 및 정책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안보실은 한국도 더 이상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판단 아래 테러 대응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책자는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테러 위험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해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테러 단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인물들의 입국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실은 또 “테러 자금으로 의심되는 금융 거래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주요국 금융정보분석원과의 정보협력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