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5년간 180만명 늘었지만 소득은 줄어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자영업자의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5년 새 자영업자 수는 180만명 이상 늘었지만, 이들의 연평균 수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의 무한 경쟁은 더욱 심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층 중장기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정부가 추진한 ‘청년도약계좌’가 이달 출시를 앞둔 가운데 은행권이 어느 수준의 금리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청년들이 매달 70만원씩 5년간 적금을 부어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한다’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연 6% 전후의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의류·신발 물가가 1년 전보다 8.0% 올라 3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3.3%)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하면서 외부활동이 활발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 5년간 180만명 늘었지만 소득은 줄어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자영업자(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사업소득을 신고한 사람)의 수는 656만8000명이었다.

 

2017년 472만60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새 184만2000명이 늘었다. 자영업자는 2018년 502만2000명, 2019년 530만9000명, 2020년 551만7000명 등으로 증가세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1년에는 1년 만에 105만1000명이 늘어 19.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자 증가율(2.4%)의 8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꾸준히 늘어난 자영업자 수와 달리 이들의 ‘주머니’는 매년 가벼워졌다. 2017년 2170만원이었던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2018년 2136만원, 2019년 2115만원, 2020년 2049만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자영업자 수 증가 폭이 가장 컸던 2021년에는 연평균 소득이 1952만원을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처음으로 2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지갑이 유독 얇아졌다. 소득 하위 20%인 자영업자들의 연평균 소득은 2017년 186만9000원에서 2021년 84만1000원으로 55.0%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자영업자들의 연평균 소득이 7744만9000원에서 7308만8000원으로 5.6%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 기간 소득 10분위 기준 연평균 소득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건 소득 하위 10%(1분위)로 78.0% 줄었다.

 

중위소득도 2017년 830만원에서 2018년 817만원, 2019년 798만원, 2020년 755만원, 2021년 659만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1년 중위소득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12.6%로, 전년 대비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소득 상위 0.1%인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2017년 16억2289만5000원에서 2021년 17억6592만1000원으로 오히려 8.8% 늘었다. 상위 1%의 연평균 소득도 2017년 4억8546만6000원에서 2021년 5억977만5000원으로 5.0% 증가했다.

 

양 의원은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중위소득, 평균소득 감소추세로 확인됐다”며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에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원에 육박하고 연체율도 상승하는 등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에 이른 만큼 금융 지원조치 연장과 부채정리 정책, 전기요금 감면 등 다방면으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10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청년도약계좌’ 연 6% 금리 내놓을

 

금융당국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취급을 신청한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12개 은행은 8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청년도약계좌 금리를 1차 공시할 예정이다. 최종 금리는 오는 12일 공시된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가구소득 기준을 충족한 만19∼34세 청년이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 납입하는 5년 만기 적금상품으로, 정부 기여금(월 최대 2만4000원)과 이자소득 비과세 제공을 통해 청년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사전점검회의에서 “취급기관은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이라는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지원해 달라”며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 미래세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권에서는 각 은행이 연 6%대 금리를 발표할지,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곳은 어디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정부가 목표한 수준의 청년층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선 6% 전후의 금리가 필요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6%대 금리를 선뜻 내세우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당연히 동참하는 것이 맞지만, 재무적 관점에서는 조금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재무적으로는 고려해 볼 것도 많고, 고민도 많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2개 은행 간 금리 수준 차이는 8일 1차 공시를 통해 드러나게 되며, 이후 은행별로 비교·조정 등을 거쳐 최종 금리 간 차이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 2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연 4%대로 재진입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12개월 만기 기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4.0%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5%대까지 올랐던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올해 2월16일 4.03%를 기록한 뒤 줄곧 3%대에서 움직여왔다.

 

서울 명동거리에 위치한 의류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의류·신발 물가 31년 만에 최고

 

한편 통계청의 지출 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 5월 의류 및 신발 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 올랐다.

 

의류·신발의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1.8%)까지만 해도 1%대에 그쳤으나 같은 해 5월 3%대, 11월 5%대로 올랐고 올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6.1%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상승률이 8.0%까지 뛰면서 1992년 5월(8.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장갑(18.1%), 티셔츠(14.3%), 원피스(13.7%), 여자 하의(13.7%), 아동복·유아복(13.7%), 청바지(11.8%), 세탁료(11.3%)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5월 의류·신발 물가는 전월 대비 상승률도 3.1%로 높았다. 이 같은 상승은 봄·여름 계절 변화에 맞춘 신제품이 출시된 데다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바깥 활동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의류·신발 물가의 가파른 오름세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오름세가 둔화하는 흐름과 대조적이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달 3.3%로 점차 둔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높은 부문이 적지 않다. 의류뿐 아니라 음식·숙박(7.0%), 기타 상품·서비스(6.4%), 가정용품·가사서비스(6.0%), 주택·수도·전기·연료(5.9%), 식료품·비주류 음료(3.9%), 오락 및 문화(3.8%) 등의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총지수보다 상승률이 낮은 부문은 교육(2.2%), 보건(1.6%), 통신(0.9%), 주류·담배(0.2%), 교통(-6.9%)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