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6일(현지시간) 폭발한 것을 두고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발생한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댐 폭발은) 10년간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환경 재앙이자 체르노빌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에 터진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댐 붕괴가 인근 생태계를 영원히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배스대 토목공학과 모하마드 헤이다자데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방류수 속엔 공장과 작업장에서 흘러들어온 다양한 화학물질과 독성물질의 잔류물이 있다”며 “댐 붕괴로 유해물질이 방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메라크 전 장관도 “폭발 이후 발생한 홍수가 흑해로 흘러들어가면 앞으로 며칠, 몇 주 안에 또 다른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루마니아, 조지아, 튀르키예, 불가리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주장에 동조하는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자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러시아가 댐을 점령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배후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으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아직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WP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해저가스관이 지난해 9월 폭발하기 전 우크라이나가 노르트스트림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지난해 6월 미 중앙정보국(CIA) 등 서방 정보기관들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미 공군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잭 더글러스 테세이라 일병이 온라인에 유출한 미 국방부 기밀 문건에 담겨 있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설치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이 실제 우크라이나 소행이라면 파장이 예상된다.
미 하원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올해 연말에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